역사적인 재입고의 날

2019. 4. 29. 23:59글쓰기 우당탕탕/나만의 책만들기


일요일 오후, 소심한 책방에서 메일이 왔다. <겨우 한 달일 뿐이지만>재입고를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아니 이게 웬일이야! 나는 메일을 읽자마자 기뻐서 폴짝 뛰었다. ‘재입고라는 단어는 나와 멀게만 느껴졌는데 이런 기회가 오다니! 2차 재입고, 3차 재입고되는 다른 독립 출판물을 보며 느꼈던 부러움이 스쳐 지나갔다. 나에게도 그런 날이 올까,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했는데. 진짜 일어날 줄이야. 들뜬 마음으로 답장을 보냈다. 내일 중으로 책을 보내겠다고. 그리고 앞서 보낸 다섯 권이 다 팔린 거냐고 물었다. 그렇다는 답변이 왔다. 다섯 권이나 팔렸다니. 아직도 누군가가 내 책을 산다는 게 실감이 잘 안 난다.

재고 없음이라니!


월요일 오전, 아침을 먹는 대로 포장을 시작했다. 재생지로 감싼 뒤 마스킹 테이프를 붙이고, 제목도 손 글씨로 적었다. 짧은 메모까지 잊지 않고 남겼다. 에어캡으로 책을 감싸고 미리 준비한 상자에 넣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를 잘, 만나려무나. 먼 길 떠나는 누군가에게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건네는 기분이었다. 우체국으로 가서 주소를 적고 배송 접수를 했다. 배 타고 갈 거예요. 직원이 말했다. . 난 대답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내 책이 배를 타고 물 위를 둥둥 떠다니는 상상을 했다. 출렁이다 잔잔하기를 반복하겠지. 물 흐르듯 나도 어딘가로 떠다니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어설프고 서투른 책일 수도 있다. 어설프면 어설픈 대로, 서툴면 서투른 대로 적어 내려갔다. 내가 느꼈던 아주 사소한 무언가가 당신에게 가닿을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적은 글이다. 내 책을 읽고 블로그까지 들어와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있다면, 읽어주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쓰고 읽고 전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주어 고맙다고.


짧은 메모를 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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