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게 살아보렵니다

2019. 7. 8. 23:52에세이 하루한편

이사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필요한 것들이 뭐가 있나 따져보고 사야 할 것들을 대충 추렸다. 자취는 돈이라더니 통장에서 출금을 기다리는 것들이 점점 늘어났다. 월세, 복비, 생활비, 공과금. 혼자서 산다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대학생 때는 나름 잘 살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왜 어렵게 느껴지는 걸까. 신경 쓸 게 한둘이 아니었다. 내 삶에 책임감을 느껴야 할 게 늘었다는 뜻이겠지.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내 공간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단순하고도 소박한 소망이 이렇게 거창한 일이 될 줄은 몰랐다. 인터넷 설치 문제서부터 일에 대한 것까지, 정보를 찾기 바빴다. 일을 늘려야 했고 돈을 더 벌어야 했다. 구인 글을 찾고 이력서를 수정하고 지원하기 버튼을 눌렀다. 그냥 살던 대로 살 걸 그랬나. 머릿속에 질문 하나가 자리했다. 살던 대로 살면 편한데. 나도 모르게 편안함에 익숙해져 버렸다.

그토록 나만의 공간과 생활을 원했으면서. 잘 살 수 있을 거라 떵떵거렸으면서. 자신감의 자리엔 의심이 자리 잡고 있었다. 너 진짜 혼자 살 수 있겠어? 막상 살아보면 지금이 그리울걸? 네가 얼마나 편하게 살았는지 한번 깨달아봐. 하는 식의 목소리였다. 난 얼른 다른 이야기를 들려줄 목소리를 찾는다. 좋은 생각, 좋은 기운을 전해 줄 목소리를. 혼자여서 느낄 수 있는 게 따로 있을 거야. 다시 시작하는 게 어색해서 그렇지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거고. 내가 장담하는 데 단점보단 장점이 더 많을걸? 생각이 엎치락뒤치락했다. 독립의 확실한 장점은 나에 대해서 더 잘 알 수 있다는 거다. 내가 뭘 할 때 가장 편안해하는지, 어떨 때 불안한지. 누구와 어떻게 있을 때 행복한지 등등. 그걸 알기 위해서라면, 나 자신을 이해할 수 있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일이다. 아니,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시간은 한정적이고 지금은 한 번밖에 오지 않는 때니까. 이왕 이렇게 된 거 잘살아보고 싶다. 그리고 재밌게 살고 싶다.

마음속으로 되뇐다. 못할 게 뭐 있어. 못할 건 없어. 잘할 거야. , 살 거야

(출처 : 구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