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 일기 2) 마음 정돈
잠을 못 자서 멍한 머리를 깨우려 아침에 일어나 집을 치웠다. 치워야만 했다. 다음 주에 거실과 주방에 장판을 새로 깔기로 했는데, 그게 엄마의 청소 욕구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치우자고, 버리자고 말해도 듣지 않더니 이제는 제대로 마음을 먹었는지 엄마는 내일 아침 일어나면 청소하는 거다? 먼저 말을 걸어 약속했다. 주방 쪽에 세워둔 수납장, 책장, 서랍장을 버렸다. 애물단지였던 가구들이 사라지니 속이 시원했다. 사진, 여행 가서 다녀온 기념품을 놓아둔 책장엔 본래 의도와는 달리 점점 이상한 물건들을 올려놨다. 여분의 치약 칫솔, 샴푸, 테이프, 화분 등. 그리고 그 옆에 둔 수납장엔 플라스틱 반찬통과 프라이팬을 쌓아두었다. 각종 물통과 빈 병들이 가득 찼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쓰시던 장이라 버리긴..
2018. 11. 9. 2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