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하루한편

나만 없어 고양이

담차 2018. 11. 21. 22:18



  망리단길에는 작은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잡화점, 카페, 음식점 등이. 아기자기한 느낌을 폴폴 풍겨 안 들어가곤 못 배기는 그런 가게들이. 골목 단위로 보는 재미가 쏠쏠할 만큼 비슷하지만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건 고양이었다. 유모차에 강아지를 태우거나 목줄을 맨 채 어딘가로 가는 주민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지만 내 눈에 띈 건 고양이었다. 가게에 있는 고양이. 드림캐처가 잔뜩 걸려있는 한 가게에선 샴 고양이 한 마리가 난로 옆에 앉아있었다. 실로 만든 목걸이를 하고서. 따뜻한 난로 옆에 딱 붙어서 온기를 만끽하던 고양이 옆에 살며시 쭈그려 앉았다. 가게보다 네가 더 예쁘구나. 같이 간 B가 나처럼 옆에 앉아 손가락을 펴서 고양이의 기분을 살폈다. 냄새를 킁킁 맡다가 손가락에 코가 닿는 순간 정전기가 번쩍 났다. 당황한 고양이는 앞발을 들어 탁탁 때렸다. B가 손가락을 패딩 안에 숨겨도 속수무책이었다. 하악질까지 했다. 상처받은 B와 가게를 나왔다.

  왜 가는 곳마다 고양이가 있을까. 공방에서 주인과 노는 검정고양이, 캣 타워에 앉아 주인과 장난치는 고양이. 마치 우리가 그 놀이를 방해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오붓한 시간이었다. 장사가 안 돼도 손님이 없어도 고양이랑 같이 있어서 좋겠다. 심심하진 않겠다. 가게를 나오며 생각했다. 정말 나만 없는 고양이를 또 한 번 느끼고 쓸쓸한 마음으로 망리단길을 걸었다. 바람이 차고 기온은 낮고 첫눈은 온다는 데 오지도 않고. 눈을 기다린 건 아니었지만 이렇게 쓰는 걸 보면 내심 기다렸나 보다. 어쨌든 눈보다 더 기다리는 건 고양이다. 고양이와 함께 사는 날. 내 꿈. 그런 내 기분을 달래주려는지 차를 마시고 저녁 먹을 식당을 찾던 중, 길에서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났다. 배가 불룩해서 임신했는지 의심이 가는 풍채였다. 전체적으로 오동통해서 거대한 찹쌀떡 같은 얼룩무늬 고양이는 데굴데굴 굴러갈 것만 같았다. 까만 얼룩은 떡이 터져 팥이 삐죽 튀어나온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어떤 가게 앞에 사료와 물그릇이 있었다. 잘 먹고 다니는가 보네. 안심됐다. 쪼쪼쪼 입으로 소리를 내 고양이를 불렀다. 그러자 자전거 바퀴에, 빌라 계단에 몸을 비비며 다가왔다.

  손가락을 내밀자 고양이는 머리를 들이밀었다. 나는 들뜬 마음으로 머리를 긁어주고 궁디팡팡을 해줬다. 이렇게 길에서 만난 고양이와 잠깐 시간을 보내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그것도 잠시 또 허탈함이 밀려온다. 나 상대적 박탈감이 들어. B에게 말했다. 고양이가 없어서 박탈감이 든다고! 나만 없어 고양이! 또다시 터덜터덜 걸음을 옮기게 된다. 그래도 조금만 더 기다리자며 나를 달래곤 한다. 내가 꼭 키우고 말 거야. 나도 있어 고양이! 하고 외칠 날이 올 거라고 자신을 위로하며. 그땐 꼭 여기다 먼저 자랑해야지. 나도 집사가 됐다고. 예비 집사는 진짜 집사를 부러워하며 이렇게 글을 적을 뿐이다. 주인님을 모실 그날을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