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하루한편

그렇게 새해를 맞이했다

담차 2019. 1. 1. 23:59



  하던 얘기를 마저 해야겠다. 인쇄소 직원과는 타협점을 찾아 이야기했다. 다행히 나에게 화내거나 내 이야기를 못 알아듣거나 하는 전개는 없었다. 면지를 두 장 넣은 비용을 계산해 차액을 환불해주고, 파본 세 권은 다시 무료로 인쇄해 주기로 했다. 면지를 두 장 넣는 건 가능한 일이지만 책을 일일이 다 뜯어서 다시 붙이고 2mm씩 잘라내야 한다고 했다. 그래, 굳이 그렇게까지 할 일이 아니니까 그만두었다. 책에 손상이 가는 걸 원치 않았다. 책을 다시 한번 읽고 포장을 하는 것, 그리고 입고하고 싶은 책방에 입고 신청 메일을 보내는 것이 다음 계획이다. 이 이야기를 J에게 구구절절 이야기하자 돌아온 답변은 이거였다.

  ‘모든 생각대로 다 되는 건 없는 것 같아. 이번 일은 잊어버려!’

맞다. 정말 이번 일로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낀 일이다.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은 없다는 걸. 내 마음과 꼭 맞게, 딱 맞게 되는 일은 없다는 걸.

  해돋이를 보러 하늘공원에 가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새벽 5시 반에 맞춘 알람에 일어나긴 했으나 다시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 잠을 잤다. 두세 번 깨고 일어나니 6, 642분이었다. 일출 시각은 745분이라 했던가. 지금 가도 어차피 늦겠다는 생각이 들어 맘 편히 자기 시작했다. 선잠을 잤다. 네 시쯤 배달되는 신문이 오는 소리에 문득 잠이 깬 걸 보면. 잠결에 아, 일어나면 제일 먼저 신춘문예 당선작을 읽어야겠다, 생각했다. 신춘문예에선 보기 좋게 미끄러졌다. 설마 첫 시도에 당선이 될까 예상은 했지만. 막상 그렇게 되니 조금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순 없었다. 크리스마스 즈음에 연락이 온다는 글도 봐서 낙선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지만 다시 한번 당선자들의 글과 지면에 실린 글을 보니 실감이 났다. 마음 굳게 먹고 가야 할 길임을 또다시 느꼈다.

  그렇게 새해 첫날을 맞았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하루다. 늦은 아침으로 과일을 먹고 점심 저녁을 챙겨 먹고. 할머니를 보러 가고, 시간이 날 때 어떤 글이 됐든 뭔가를 쓰고. 커피믹스 한 잔을 마시기도 했다. 새해엔 조금 다르게 살고 싶다고 생각해도 첫날은 항상 이런 기분이다. 얼떨떨한 느낌. 사람이 어떻게 하루 만에 변할 수 있겠어. 새해 첫날이라고 짠, 변하는 것도 이상하고. 내일은 또 내일의 일이 날 기다리고 있다. 지나가 버린 날은 이미 날 떠나버렸으니 다가올 날에 내가 뭘 해야 할지를 생각한다.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다 보면 괜찮은 나날이 쌓이겠지. 떡국도 먹고 한 살도 먹었다. 어른 나이로 7살이 됐다. 아직 서툴고 어렵지만 어쨌든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