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아르바이트 1일 차-오전의 공기가 이런 거군요
대학교 구내서점 문은 닫혀있었다. 9시부터 출근이라 그랬는데. 혹시 나 말고 다른 사람을 채용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퍼뜩 들어 사장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하철이 연착돼서 아직 가는 중이라고 했다. 잠시 기다리라는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아, 아르바이트하긴 하는구나. 복도 의자에 앉아 생각했다. 아침 7시 반에 일어나는 게 힘들어서 1초 동안 고민을 하다 다시 정신을 차렸던걸. 새벽 3시 반까지 잠이 안 와서 수면 유도제를 먹고 잤으니 잠이 간절했다. 그러니 굳게 닫힌 문을 보고선 다시 한번 의심이 싹튼 거다. 나 진짜 일 하나? 한다! 하는 거지? 그다음에 든 생각은 쌀쌀한 아침 공기에 어깨를 움츠려 걸으며 본 풍경이다. 희미하게 밝은 태양 빛 아래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이라던가 한산한 대학가의 풍경이라던가. 반년 넘게 보지 않았던 아침의 모습이라 새로웠다. 같은 층 근처 편의점에선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다. 음악 소리가 내가 있는 복도 끝까지 울렸다. 묘하게 감동적이었다.
일은 자잘하게 많았다. 주 업무인 계산 일을 배우기도 전에 입고한 책들을 하나하나 입력하는 작업을 했다. 거래처 출판사별로 들어온 책 부수와 총 수량, 가격이 맞는지 확인하는 작업이었다. 오늘 하루만 100~200권 정도 들어왔던 것 같다. 손이 책 먼지에 건조해지는 걸 느낄 찰나 계산하는 법을 배웠다. 문구류와 대학교 굿즈까지 같이 파는 서점이어서 바코드로 등록되지 않은 것들과 등록된 것들이 뭔지 외워야 했다. 또 할인되는 도서품목과 환불이 불가한 것들에 대해서도. 머리가 정신없었다면 몸이 정신없을 차례였다. 책 포장 상자와 노끈을 모았다. 노끈은 둘둘 말아 포댓자루에 모았고, 상자는 찢어진 것과 멀쩡한 것을 분류해서 정리했다. 점심을 먹은 뒤에는 학생들이 책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매대에 깔아 놓은 다양한 책 표지에 학과, 수업 이름, 교수님 이름, 가격을 적은 종이를 붙였다. 아직 개강 전이라 손님이 별로 없어 계산은 거의 하지 않았다. 그렇게 몇 가지 일을 반복한 뒤 퇴근. 주로 서 있어서 다리가 아프고 쪼그려서 노끈을 매느라 힘이 들었지만 내 힘으로 돈을 번다는 느낌이 좋았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언니는 알바 끝나면 뭐 할 거예요, 같이 카운터 업무를 보는 동생이 퇴근길을 같이 나서며 물었다. 할 게 아주 많아요. 난 말했다. 번 돈 쓰러 다녀야죠. 서울을 떠나고 돌아오길 반복하는 생활을 할 거라고 다짐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피곤해서 입맛이 없었지만, 왠지 괜찮았다. 오늘 하루, 몸을 쓰며 열심히 살았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