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하루한편

꿈에 나타나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담차 2019. 3. 15. 23:58

 

다음 주면 서점 아르바이트가 끝난다. 점장님과 나를 포함한 아르바이트생 네 명, 총 다섯 명이 회식했다. 파스타와 피자를 먹고 집으로 돌아갔다.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공기가 차가워서 덜덜 떨릴 정도였다. 꽃샘추위가 지난 줄 알았더니 아니었다. 집에 도착하니, 술기운에 올라있는 아빠가 보였다. 오늘 동사무소에서 할머니 사망신고 했다, 아빠가 말했다술만 먹으면 얼굴이며 목이 벌게지는 아빠는 온통 붉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아빠는 웃었다가 할머니 때문에 씁쓸해했다가, 또다시 웃었다. 냉장고에 있는 소주를 꺼내며 말했다. 사망신고 하는데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기분이 이상했다고 연거푸 얘기했다.

죽음을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며칠 전 일이 딴 세상일처럼 느껴졌다. 슬픈 꿈을 생생히 너무 오래 꾼 느낌이다. 꼭 진짜 같아서 엉엉 울었어,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꿈. 하지만 현실이다. 할머니는 한 줌의 재가 됐다. 흙에서 왔다가 흙으로 돌아갔다. 사람은 영원히 살 수 없단 걸 체감했다. 죽음이란 언제 어디서나 맞닥뜨릴 수 있는 것이며 끊임없이 목격하게 되리란 것도. 오늘도 잠들기 전 할머니가 꿈에 웃는 모습으로 나타나길 바란다는 기도를 한다. 천국에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큰아빠와 만나 못다 한 이야기를 다 나누면 내 꿈에도 찾아와 주세요. 할머니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잠이 든다. 오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