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잠에 빠지길
잠이 늘었다. 며칠간은 상을 치르느라 피곤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아직도 잠이 온다. 오늘도 낮잠을 잤다. 점심을 먹은 뒤 카페에 글을 쓰러 가려 했지만 결국 안 갔다. 엄마가 산 노트북에 윈도우와 한글을 깔다 보니 시간은 오후 두 시 반을 훌쩍 넘겼고 잠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한 시간 동안 낮잠을 자고 일어났다. 예약도서 만기일이 내일이라는 문자를 받아서 도서관에 가야 했다. 내일은 교회에 인사하러 간 뒤 약속이 있으니 오늘밖에 시간이 없었다. 나가기 싫어 뭉그적대다 옷을 주워 입었다. 예약한 지 두 달 만에 받는 책이라 취소를 하지 않은 게 이유였다. 어제 비가 와서 그런지 아직도 날씨가 쌀쌀했다. 하늘이 맑았다.
조용한 도서관은 다른 세상 같았다. 십년 넘게 다니고 있는 도서관인데도. 그동안 내가 겪은 일들이 이곳과는 너무 먼 것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내 안에 뭔가가 달라져서 다르게 보이는 것일 텐데 이상하게 그랬다. 세상이 달라진 것 같았다. 책을 받고 서가를 구경하다 나왔다. 아르바이트가 화요일에 끝나니 수요일이 되면 밀렸던 글을 쓰고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내가 지냈던 삶으로 돌아가자고. 집으로 돌아오니 할아버지와 고모 아빠와 오빠가 막 저녁을 먹으려는 중이었다. 나도 식탁 한 편에 자리를 잡고 함께 저녁을 먹었다. 가끔 웃음이 오갔지만, 분위기가 무거웠다.
후식으로 오렌지를 먹는 도중 할아버지가 말했다. 할머니가 경훈이를 구여워 했지만 진희를 얼매나 구여워 했다구. 그거 알아? 나는 웃음으로 답했다. 모든 이야기에, 대화에 할머니가 빠지지 않았다. 할아버지와 오빠, 고모가 돌아가니 다시 졸음이 밀려왔다. 아빠는 지금 자면 일찍 깬다며 시간을 때우고 있는 중이었다. 담배를 피러 두세 번 왔다 갔다 한 뒤 산책을 다녀오고, 지인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다시 읽기도 하고. 일찍 자면 새벽에 깨는 아빠는 며칠 전에도 홀로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할머니 생각이 나서. 고모도 며칠 동안 하루 두 시간 밖에 자지 못했단다. 부디 오늘은 그러지 않기를. 슬픔 속을 허우적거리는 가족들이 부디 단잠을 자기를 바란다.
졸음이 밀려온다. 가족들이 자야할 잠을 다 내가 자는 건가 싶다. 슬퍼서 자꾸만 잠이 오는 건지도 모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