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4일, 도서관, 혼잣말하는 할아버지)

2018. 8. 18. 00:00재미난 일만들기/ 이상한 관찰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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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는 빈 도서관 빈자리에 앉는다. 고개를 돌려 왼쪽을 본다. 비어있다. 책상에는 역사책 두 권이 놓여있고 흰 손수건 하나가 의자에 걸려있다. 여자는 동화책 한 권과 일본 수필집 한 권을 가져왔다. 동화책을 먼저 다 읽고 수필집을 펼친다. 30페이지쯤 읽었을까, 옆자리에 할아버지가 앉는다. 그는 책을 읽는가 싶더니 혼잣말을 중얼중얼 시작한다. 여자는 헛기침을 해보기도 하고 힐끗 쳐다보며 눈치를 주기도 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사람들이 하나둘 쳐다보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삼국시대에는, 했는데, 그랬단 말이야…. 그때는 기생이, 그럴 리가 없지 않으냔 말이야.
  처음엔 속독하는 줄 알았지만, 드문드문 들리는 말들이 누군가에게 설명하는 쪽에 가까워 보였다. 굵은 저음에 부정확한 발음들이 그의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오른손을 휘휘 중얼거리는 그는 지휘하는 것 같았다. 그 손이 여자 쪽으로 가까워질 때면 여자는 몸을 반대쪽으로 살짝 피했다. 그는 한참을 중얼거리더니 혼자 웃음을 터뜨렸다. 여자는 책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책을 제자리에 놓고 나서 멀리서 그를 쳐다봤다. 그는 주황색 ​반소매 티에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까치머리에 그은 피부가 시름이 가득해 보였고, 주름 때문인지 눈매가 한없이 쳐져 보였다. 50대쯤 돼보였다. 여자가 책을 고르는 척하며 그를 지켜보고 있을 때 머리가 하얗게 샌 할아버지가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보다 더 나이가 들어보였다. 할아버지는 중얼거리는 그를 보고 책은 조용히 읽어야지, 하고 근엄하게 얘기했다. 그러자 그는 당황한 기색으로 “아이, 죄송합니다.” 하고 얘기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가려는 듯 몇 걸음 걸었을까 “손수건을….” 하며 엉거주춤 다시 자리에 온 그는 손수건을 챙기더니 허둥지둥 빠져나갔다. 의자에는 손수건 대신 흰 내의가 걸려있었다. 여자도 그를 따라 내려가 봤지만, 어디에도 그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