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4일, 도서관, 혼잣말하는 할아버지)
여자는 빈 도서관 빈자리에 앉는다. 고개를 돌려 왼쪽을 본다. 비어있다. 책상에는 역사책 두 권이 놓여있고 흰 손수건 하나가 의자에 걸려있다. 여자는 동화책 한 권과 일본 수필집 한 권을 가져왔다. 동화책을 먼저 다 읽고 수필집을 펼친다. 30페이지쯤 읽었을까, 옆자리에 할아버지가 앉는다. 그는 책을 읽는가 싶더니 혼잣말을 중얼중얼 시작한다. 여자는 헛기침을 해보기도 하고 힐끗 쳐다보며 눈치를 주기도 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사람들이 하나둘 쳐다보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삼국시대에는, 했는데, 그랬단 말이야…. 그때는 기생이, 그럴 리가 없지 않으냔 말이야. 처음엔 속독하는 줄 알았지만, 드문드문 들리는 말들이 누군가에게 설명하는 쪽에 가까워 보였다. 굵은 저음에 부정확한 발음들이 그의 ..
2018. 8. 18.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