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초의 시간
아직 정리하지 않은 옷장 하나가 남아있었다. 예전엔 할아버지의 침실이었지만 지금은 창고 겸 옷 방으로 쓰고 있는 작은 방이었다. 그곳 붙박이장에는 정리를 기다리는 옷가지들이 보따리에, 상자에, 플라스틱 통에 담겨있었다. 엄마와 나는 붙박이장 손잡이를 열고 수없이 많은 세월을 그 자리에 있었을 할머니의 물건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정리하고 정리해도 도저히 다 버려지지 않는 짐들을 바닥에 던졌다. 먼지가 폴폴 일었다. 쓸 만한 가방, 한복, 내복, 반소매와 긴소매, 코트와 모자가 색색깔 보자기에 싸여있었다. 한 번도 들지 않은 것 같은 가방을 보며, 고급스러워 보이는 리본과 큐빅이 박힌 검은색 모자를 보며 할머니는 생전에 왜 이것들을 들거나 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좋은 게 많은 데 왜 사용하..
2019. 5. 26. 2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