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단어만 아니었어도
평일 오후 두 시를 넘은 시간 합정역 출구 계단을 오르던 중이었다. 계단 중간에서 아주머니가 오른손에 뭘 쥔 채 앉아있었다. 나에게 말을 걸었다. 엄마 좀 도와줘, 엄마 좀 이거 사줘. 통화 중이었던 나는 이어폰 한쪽을 빼고 물었다. 이게 뭐예요? 호두과자야. 합정역 근처 코코호도가 있는데 거기서 사 온걸 다시 포장해서 파는 걸까, 영문은 모르지만 호두과자였다. 투명 포장지에 네 개가 들어있었다. 딱 봐도 눅눅해 보였다. 얼마냐고 묻자 이천 원이라고 했다. 내가 잠시 뜸을 들이자 또다시 엄마 좀 도와줘, 엄마 도와줘. 애원했다. 왼손에 걸어놓은 검은 비닐봉지엔 천 원짜리 한 뭉치가 있었다. 역을 드나드는 사람들에게 나처럼 애원했을까. 하나만 주세요, 하자 두 개 사라며 내밀었다. 괜찮아요, 몇 번 실랑이..
2018. 11. 19. 2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