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이 필요한 사람들
방을 바꿨다. 현관문 바로 옆인 큰방에서 주방과 화장실에 맞닿아있는 작은방으로. 이 집에서 16년간 살았으니 최소 몇 년간 쓰던 걸 바꾼 셈이었다. 현관문과 맞닿아있어 문소리가 시끄러운 점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층간소음 때문이었다. 주말 아침마다 언성을 높이며 싸우는 목소리와 금복이가 짖는 소리가 제일 잘 들리는 방이어서다. 소음 때문에 잠을 못 자는 게 한두 번이 아니었고 며칠째 숙면을 하지 못한 상태였으니 홧김에 방을 바꾸겠다고 선포했다. 지금이 아니면 계속 흐지부지될 것 같아서. 작은 방은 다용도실이어서 짐이 많았다. 갈 곳 없는 전자레인지부터 책이 빼곡한 책장과 책상, 아빠의 옷장까지 있는 방. 엄마의 공부방이자 아빠의 ‘혼술’을 하는 공간이었다. 새벽 퇴근을 하는 날이면 가족이 모두 잠든 ..
2019. 4. 28. 2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