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인간의 하루
어젯밤 잠이 들기 전 매트리스에 누워 인쇄소 직원과 싸우는 상상을 했다. 아니,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화를 낼 수밖에 없죠, 기사님. 저도 돈 받고 팔아야 하는 책인데 그렇게 할 순 없어요. 주문한 거랑 다르잖아요. 그리고 면지 크기가 다른 게 네 권이나 있고. 상상 속의 목소리와 싸우는 중이었다. 화가 나 심장이 두근거리는 게 느껴졌다.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왜 미리 열을 내고 있지? 나 누구랑 싸우는 거지? 생각해보니까 벌써 이렇게 싸울 필요는 없는 거잖아? 숨을 골랐다.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고. 내가 지금 이렇게 싸움을 연습한다고 해서 달라질 일은 없으니 잊어버리자, 잠을 자는 거야. 잠을. 숨을 다시 한번 깊게 들이마신 다음에…… 그렇게 열 시간을 잤다. 오래 잔 탓인지 멍하고 띵한..
2018. 12. 30. 2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