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온다
여름밤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소는 놀이터다. 난 어느 여름밤 놀이터와 이어진, 의자 몇 개가 놓인 곳에 앉아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의 하늘은 짙은 푸른색이었고 구름 몇 점이 가만히 떠 있었다. 이야기하다 고개를 돌려 쳐다본 친구의 얼굴에도 어스름이 앉아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름밤은 푸른색에서 점점 짙고 깊어졌다. 어느덧 벽색이 된 하늘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시원한 바람이 내 팔과 다리를 스쳤다. 뜨겁던 한낮의 열기를 식혀주듯 은은하게 밤의 냄새가 퍼졌다. 풀 냄새와 시원한 공기가 뒤섞인 차분한 밤의 냄새. 괜스레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때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얼마만큼 그 장소에 오래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신비로울 정도로 아름다운..
2019. 5. 25. 2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