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할 수 없는 점심
오늘은 내 시간을 내 마음대로 썼다. 얼마 만에 하루를 온전히 내 마음대로 쓰는 건지 모르겠다. 할머니를 보살피지도 않고, 누굴 만나지도 않고 나 혼자서 오후를 보냈다. 점심을 먹은 뒤 두 시부터 여덟 시까지. 그 시간 동안 사람들 틈에 섞여 길을 걷고 서점과 책방에 들러 책을 들춰보고 그동안 사고 싶었던 가방을 샀다. 집에 돌아와 영화도 보고. 내 시간을 내가 쓰고 싶을 때 내 의지대로 쓸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아주 많이. 기분이 좀 나아졌다. 그 누구도 생각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온전히 나만 생각했다. 점심땐 할아버지 생신으로 가족들이 모여 식사를 함께했다. 일하느라 지방에서 올라온 오빠가 명함을 돌렸고, 사촌 언니의 취업 소식을 축하하는 덕담이 오갔다. 그중에서 난 나를 뭐라고 소개해야 할..
2018. 12. 15. 2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