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너만큼의 온기
뜨겁던 8월, 제주도 동쪽에 집을 빌려 한 달 동안 지냈다. 바닷가 마을에 위치한 옛 농가주택을 현대식으로 개조한 집이었다. 마당을 사이로 안거리엔 주인댁이, 밖거리엔 내가 살았다. 마을 어디서나 돌담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마당엔 평상과 작은 텃밭이 있고 초록색 지붕과 초록색 현관문이 예쁜 집이었다. 외출을 마치고 돌아온 9월 첫날의 저녁, 하얀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났다. 돌담을 폴짝 넘어 야옹야옹 말을 걸었다. 처음 한 인사치고 꽤 살가웠다. 내 다리에 머리를 부비고 풀썩 누워 배까지 보이며 애교를 부렸다. 나는 얼른 주방으로 달려가 줄 수 있는 게 뭐가 있나 찾아봤다. 급한 대로 락토프리 우유와 계란을 삶아주었다. 먹는 둥 마는 둥 하더니 다 먹었는지 그루밍을 했다. 길고양이지만 깨끗했다. 전체적..
2019. 2. 4. 2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