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5월의 어느 날이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몰려오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낮잠을 자고 일어난 오후였다. 두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한 통은 모르는 번호로 온 전화여서 받지 않았고 다른 한 통은 B에게서 온 전화였다. 전화를 끊은 건 오후 3시였다. 빨간 버튼을 누르자 휴대폰 화면에 뜨는 사진을 보며 생각했다. 생산적인 일―이를테면 여행기 한 편을 쓴다든가 새로 쓸 이야기 구상을 한다든가―을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으므로 옷을 주섬주섬 껴입고 밖으로 나갔다. 산책하기로 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걸으면 뭔가 좀 나아질 것 같아서. 신발장 옆 선반 위에 있는 검정 우산도 하나 챙겼다. 양산 대용으로 쓸 요량이었다. 날씨는 더웠다. 당장이라도 매미 소리가 들릴 것 같았다. 쨍한 햇볕을 피하려고 우산을 챙겼지만..
2019. 5. 22. 2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