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주어서 고맙다고
할머니가 또 하나의 시술을 했다. 폐에 찬 물을 빼기 위해 관을 삽입해 호스로 연결한 뒤 물을 빼내는 작업이었다. 이번엔 오른쪽 옆구리였다. 오후 2시쯤 시작된 시술은 한 시간도 안 돼서 끝이 났다. 경과가 좋다는 사실을 듣고 간 터라 발걸음이 한결 가벼웠다. 오후 4시 정도에 도착한 병원은 한결 분주해 보였다. 할머니는 주무시고 계셨다. 다시 틀니를 빼서 쭈글쭈글한 입을 한껏 다물고 있는 모습이 아기 같았다. 가만히 있어도 꼭 웃고 있는 것 같아 나도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할머니 저 왔어요, 말하자 환하게 웃으셨다. 웃으니 입이 네모모양이 됐다. 이가 하나도 나지 않은 아이 같다. 상태가 많이 좋아지셨다며 대화를 거드는 간병인 아주머니가 할머니에게 물었다. 할머니 이따 미음도 좀 잡술 거지, 그치? ..
2019. 2. 13. 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