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 달 살기 21. 어떻게 그럴 수 있지?
[21]김녕 세기알 해변순무가 아침마다 출근 도장을 찍는다. 신기하게 순무에 대한 글을 올린 다음 날부터 순무는 이틀째 아침에 찾아왔다. 잠에서 깨 환기를 시키려고 문을 열면 보일 때도 있고, 순무가 야옹거리며 나를 깨울 때도 있다. 오늘은 후자였다. 오전 6시 반쯤 일어나 한쪽만 겨우 뜬 눈으로 순무 밥 먹는 모습을 지켜봤다. 일교차가 커져 자다 말고 주섬주섬 옷을 입게 만드는 요즘 날씨 탓에 밖은 서늘했다. 저절로 몸이 움츠러들었다. 하늘을 봤다. 맑았다. 오늘은 비가 안 오겠구나 싶었다. 저 멀리 파도 소리가 들렸다. 새벽의 고요함 속 들리는 파도 소리, 순무가 사료를 깨물어 먹는 소리가 전부인 시간이었다. 마음이 차분해지는 순간이었다. 문득 순무의 아침을 계속 챙겨 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2018. 9. 9. 2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