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쌀벌레 나방처럼
쌀벌레 나방이 자주 보인다. 몸통보다 날개가 길고 몸짓이 굼뜬 벌레 말이다. 화랑곡나방이라 불리는 이 벌레는 곡물을 먹고 산단다. 집에서 발견 한 지는 한 달이 넘은 것 같다. 처음에는 방 벽지에 가만히 붙어있는 걸 봤고, 천장 벽, 화장실 거울 위에서도 봤다. 모기나 파리처럼 앵앵대거나 정신 사납게 굴지 않으니 한두 번 처리하다 귀찮아서 놔두었다. 흔하디흔한 이 벌레가 나에게 어떤 느낌을 가져다준 건 얼마 전이었다. 화장실에서 쌀 나방 두 마리가 짝짓기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화장실 변기 뒤 수납 상자를 올려 둔 곳에 옆에, 두 마리가 엉덩이를 맞대고 있었다. 그러니까 날개를 기준으로 뒤쪽이었다. 그 부분을 나란히 포개고 있었다. 데칼코마니처럼. 아니 우리 집에서 번식하다니! 그날도 잠이 안 와 화장실을..
2018. 10. 15. 2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