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 달 살기 23. 제주와 나의 짧은 이야기들
[23] 짧은 이야기들 1. 너의 무게 8월의 맑은 여름날이었다. 어김없이 어딘가로 향하는 발걸음이 잠시 멈췄다. 그냥 지나쳤으면 밟았을지 모를 작은 새 때문이었다. 참새와 비슷해 보였다. 아니, 좀 더 작은가. 날개를 오므리고 눈을 감고 있던 새는 잠깐 잠이 든 것처럼 보였다. 곧 깨어나서 포르르 날아갈 것 같았다. 하지만 그대로였다. 길이 좁아 누군가의 발에, 타이어에 밟히지 않을까 고민하던 찰나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찌는 듯한 더위에 물을 적셔 목에 두르려 했던 파란 손수건이었다. 죽은 동물을 만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없이 손수건을 넓게 펴 새를 감싸 들어 올렸다. 너무 가벼워 뭔가를 들었다는 느낌조차 들지 않았다. 손수건의 무게만 느껴졌다. 생명의 무게가 이렇게 가벼울 수 있나 싶었다. 여..
2018. 9. 11. 2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