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약이 준 두 가지 깨달음
어렸을 적 알약을 먹다 토했던 기억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목에 걸린 약 때문에 방바닥에 토사물을 쏟아낸 기억이다. 어쩌면 내 기억의 오류인지도 모르지만, 알약을 삼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 건 분명했다. 아주 작은 게 아니면 삼키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새끼손톱의 반만 해도 덜컥 겁이 났다. 꼭 먹어야 하는 약이면 어쩔 수 없었다. 알약을 입안에다 넣고 물을 마셨다. 알약이 입천장을 스치고 혓바닥에 닿을 때면 무서웠다. 다시 목에 턱 하니 걸릴 것만 같았다. 한참을 씨름하다 고개를 치켜들어 가까스로 꿀떡 삼켜보면 목구멍 언저리에서 겨우 넘어가는 게 느껴졌다. 목에서 느껴지는 약의 거친 질감에 깜짝 놀라곤 했다. 콜록콜록 마른기침을 해댔다. 도저히 삼키지 못해서 반을 자른 약은 더 날카로웠다. 점점 ..
2019. 5. 12. 2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