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에 담긴 그리움
퇴근하고 집에 오니 커다란 비닐봉지 하나가 거실에 떡하니 놓여있었다. 안에는 옷가지들이 가득했다. 엄마와 고모가 할머니 옷을 정리한다더니 입을 만한 옷을 간추려 가져왔나 보네. 배가 너무 고파 저녁을 먹고 피곤이 몰려와 잠깐 누워있을 때만 해도 옷에 대한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 졸음을 떨치고 씻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그제야 비닐봉지 안에 있는 옷을 들춰봤다. 할머니는 옷이 많았다. 예전에도 우리 집 근처로 이사 오셨을 때, 병이 들고 나서 입을 옷을 간추릴 때, 옷 정리를 했지만, 아직도 옷이 한가득했다. 누군가 선물해 준 옷, 할머니가 아까워서 버리지 못한 옷, 고모가 사준 옷, 안 입는 옷들을 할머니는 모두 모아두셨다. 내가 들어갈 만큼 커다란 비닐봉지에 켜켜이 쌓인 옷들도 다 그런 것들이겠..
2019. 3. 19.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