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어딘가로
대학교 동창 H를 만났다. 일 년에 한두 번은 꼭 보던 사이라 우리의 시간엔 늘 공백이 있었다. 근황을 물으면 막 일어난 근래의 일을 말해야 할지, 일 년 중 가장 인상 깊은 일을 말해야 할지 몰랐다. 그렇게 내 일 년을 두루뭉술하게 말하는 게 아쉬워서 머리를 굴렸다. 내 입에서 나오는 문장이 그동안의 시간을 잘 대변해주기를 바라면서. 말하기도 떠올리기도 쉬운 건 최근의 일이었으니 전자를 택했다. 독립에 대해, 방 하나를 구하기 위해 소비했던 한 달에 대해, 서울의 집값에 대해, 서울에서 사는 것에 관해 이야기했다. 나는 근황 대신 최근 가장 재밌는 일이 뭐였냐고 물었다. 대부도에 놀러 가 했던 게임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대화가 끊기면 다음엔 뭘 말할까 생각했다. 점심을 먹고..
2019. 7. 7. 2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