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프닝
그녀는 이틀 전 저녁, 그에게 잠시 시간을 갖자는 말을 건넸다. 공원을 산책하는 도중이었다. 오랜 연애에 권태를 느낀 그녀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이해심이 깊은 그는 그 순간까지 그녀를 이해했다. 붙잡거나 한 번만 더 생각해달라는 식의 반응을 보이거나 하지 않았고 그녀가 말하는 모든 걸 이해하려는 듯 그럴 수 있지, 라는 말을 자주 했다. 그 말은 그의 입에 밴 말이었다. 그럴 수 있지. 평상시 그들의 대화는 대부분 농담이었고 그날도 농담과 진담을 오갔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순간에도 그녀는 가끔 울었고 많이 웃었다. 그 영화는 같이 보자. 그가 말했다. 곧 개봉하는 영화를 같이 보기로 했던 약속을 말하는 거였다. 그런 게 어디 있어. 그녀가 말했다. 영화뿐만 아니라 계획해둔 여행이 많았다. 그녀..
2019. 6. 3. 2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