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정전이 필요해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전 세대에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띠디디딩. 알람이 울리며 시작되는 안내방송은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전했다. 전기가 안 나오니 컴퓨터 사용해 주의하라는 내용도 있었다. 이틀 전부터 나오던 공지는 오늘 아침을 끝으로 10시 5분경 부터 전기가 툭, 끊겼다. 다행히 엘리베이터는 사용할 수 있었다. 집안은 불을 켜지 못하니 흐린 하늘처럼 어두웠다. 화장실을 가거나 내 방에 들어갈 때면 습관적으로 스위치를 딸깍하고 누르게 됐다. 아 맞다. 불 안 들어오지. 의식하는 것도 잠시였다. 불이 안 들어오니 뭘 해야 할까. 갑자기 할 게 없어졌다. 노트북을 켜 여행기를 쓸까. 아니면 창가로 들어오는 빛을 형광등 삼아 책을 읽을까. 후자를 택했다. 30분 정도 지나자 ..
2019. 4. 23. 2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