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 하다 기쁨 찾는 것까지 게으르면
엄마 아빠의 결혼기념일이다. 때마침 휴무인 아빠와 온 식구가 모였다.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 나, 오빠 이렇게 여섯 명이. 할머니를 태운 휠체어를 끌고 식당으로 갔다. 엄마 아빠가 결혼기념일을 알아채는 건 항상 11월이 다 돼서다. 아빠가 밥 먹다가 식탁 근처 벽에 달린 달력을 보고선 가만, 우리 기념일이 언제더라? 하고 물으면 엄마가 4일이지, 4일. 하는 대답이 들려오고, 그럼 내일모레잖아? 그때 근무가 어떻게 되더라, 약속은 있었나?… 이런 식이다. 항상 그랬다. 어딜 가거나 특별한 이벤트를 만들거나 한 적은 없었다. 평소처럼 보내는 게 다였다. 나도 점점 무던해졌다. 예전에는 포스트잇 종이에 내 마음을 담은 쪽지 열 몇 장을 써 현관문에서 안방까지 붙였다. 그 편지를 읽으며 방으로 들어..
2018. 11. 4. 2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