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 4. 23:59ㆍ에세이 하루한편
브런치 작가 신청에 거절당했다. 썩 기분 좋지 않은 일이다. 글 올린 게 하나도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아니면 너무 두루뭉술하게 신청 글을 쓴 걸까.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지금 브런치에서 진행 중인 공모전에 참가하려면 빨리 작가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내일 다시 마음과 글을 잘 달래서 다시 신청해야겠다. 사실 입고 거절과 작가 신청은 내 스트레스 축에도 끼지 못한다. 요즘은 힘든 시기다. 가족들 때문에 힘들다. 할머니를 돌보는 게 무척이나 버겁고 괴롭고 우울하다. 쉽사리 나아지지 않는 기분을 달래려 책방에 갔다. 내 책을 입고할 책방 답사라고도 할 수 있겠다. 두 곳을 방문했다. 책방의 분위기를 직접 보고 싶었다. 다 괜찮았다. 집으로 돌아와 입고 신청 메일을 보냈다. 내 책이 책방 어딘가에 꽂히거나 놓일 모습을 상상하면서. 총 세 군데를 더 보낸 셈이다. 과연 어떤 답변이 돌아올까.
처음 들른 책방에선 빈손으로 나오기 뭐해 플래너를 샀다. 빨간 글씨로 JOURNAL 365라 적힌 플래너다. 일별로 계획과 특별한 일, 간단한 메모를 적을 수 있어서 실용적일 것 같았다. 내가 너무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 뒤적이면서 ‘나, 이만큼 했다고!’ 자신에게 보여주려고 샀다. 일기장은 안 샀지만, 플래너는 결국 사버렸다. 오늘의 메모에는 ‘11시 20분 유성우 파티’라고 적을 예정이다. 내 눈으로 보진 못했지만, 별똥별이 우수수 떨어지는 걸 상상하면 너무 신기해서다. 그걸 예측해서 뉴스에 나오는 것도 그렇고. 시간당 120개가 떨어질 예정이란다. 생각만으로도 놀랍다. 근데 별똥별이 뭐였더라. 아, 별똥별은 우주 먼지다. 그게 대기권으로 들어오면서 빨리 타는 현상을 말한다.
생각해보면 사람도 그렇다. 이 광활한 우주의 하나의 먼지다. 먼지가 먼지를 보며 좋아하는 거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반짝거리는 걸 보며 좋아하는 지구 먼지. 우린 다 같은 먼지. 다음엔 내 눈으로 유성우를 볼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좋겠다. 그땐 먼지 대 먼지로 만나서 반갑다고 말할 거다. 그전까지 지구 먼지는 너무 작은 일에 신경 쓰지 않기로 한다. 내가 하는 실수나 바보 같은 모습부터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까지 그냥, 그러려니 하기로. 언젠간 지나갈 일이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그리고 지구 먼지는 자신을 너무 미워하지 않도록 한다. 그런 생각은 마음속에서 활활 불태워 없애 버리자고, 생각하는 밤이다. 역시 먼지라 모든 것에 서투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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