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더는.

2019. 1. 9. 22:11에세이 하루한편

 

 

  책을 읽지도 글을 쓰지도 않은 하루다. 집중이 잘 안 되고 무기력하다. 가만히 있을 때면 잡생각이 머리를 휘젓고 다녀서 좀처럼 떨쳐버릴 수가 없다. 한 번 화가 나면 또 다른 화를 불러온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집에 있는 시간을 줄여야 할까. 건드리면 폭발 직전 상태다. 머리가 지끈거린다. 요즘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이젠 더는 괴로워하고 싶지 않다는 것과 나를 괴롭히는 것들로부터 최대한 멀리 떠나자는 것이다. 그게 뭐가 됐든 두려워하지 않고. 빨리 나에게 편안한 시간을 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이렇게 보내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 후회스럽다. 내가 가장 편안히 쉴 수 있는 곳을 찾을 거다. 그곳에서 오래오래 머물고 날 달랠 거다.

  할머니 댁에 갔다 온 뒤 큰 스테인리스 주전자에 보리차 물을 끓이고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돌리고 건조대에 걸려있는 빨래를 접었다. 뭔가를 정리하지 않으면 마음이 답답해서였다. 빨래가 다 되면 텅 빈 건조대에 다시 빨래를 널었다. 저녁을 먹고 또다시 가라앉은 기분을 달래려 의미 없는 인터넷 서핑을 하다 이 글을 쓴다. 오늘은 빨리 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글을 마치면 씻고 잠자리에 들 예정이다. 이제는 행복이 찾아올 때도 됐는데. 왜 나아지지 않는 걸까.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고 있다. 내가 살아있음을 느꼈던 게 언제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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