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하루, 보통일

2018. 10. 18. 23:38글쓰기 우당탕탕



요즘엔 새벽 한 시에 누워 오전 열 시에 일어난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려 노력해도 몸이 익숙해 진 것인지 잘 안 된다. 직장생활을 할 때는 오후 11시에 잔적도 있었는데. 몸은 참 신기하다. 그때는 더 자고 싶어도 8시면 눈이 떠졌다. 저번 달까지만 해도 대부분 9시 십 분쯤 이면 몸이 먼저 깼다. 습관이 참 신기하다. , 암막 커튼 탓도 있겠다. 잠결에 무슨 소리가 들리면 눈을 떠 어렴풋한 창문 빛을 본 후 다시 잠들었다. 새벽인지 아침인지 모르겠으니 그냥 다시 자는 거다. 빛이 수면에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친다.

  간단한 아침을 먹는다. 대부분 냉장고나 식탁 위에 올려진 것 아무거나 먹는다. 예전엔 아침, 점심, 저녁 챙겨 먹는 게 일이었는데 지금은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으니 음식에 대한 큰 걱정을 안 하게 된다. 옥수수나 바나나, 고구마나 떡, 하루야채 등을 먹는다. 점심을 먹고 1시가 되면 대부분 글을 쓰러 어딘가로 갔지만, 지금은 노트북이 없으니 그러지 못한다. 서점이나 도서관에 갈 때가 가장 많았는데 요 며칠은 집에 있었다. 외출도 할머니 댁과 산책하러 다녀온 게 전부다. 오후에는 차를 꼭 마신다. 뜨거운 차를 마시니 목이 자꾸 건조해져 불편하지만, 그 차분한 느낌을 느끼고 싶어 거르지 않는다.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라서. 짜이는 아직도 못 만들었다. 이태원에 간다는 걸 자꾸 미루게 된다. 하나에 정신을 집중하면 다른 건 잘 못 하는 스타일이다. (어떤 노트북을 사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그렇게 오후 시간을 보내고 저녁을 먹는다. 약속이 아닌 이상 혼자 하는 외출은 대부분 저녁을 먹기 전에 집으로 돌아온다. 밖에 오래 있으면 집에 가고 싶어 하는 집순이일뿐더러 날씨도 쌀쌀해져 집 생각이 나기 때문이다. 여름이면 낮이 길어 심적으로 편하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으니 그 전에 들어오게 된다. 저녁을 먹고 혼자 있는 시간을 이용해 글을 쓴다. 여기서 말하는 글은 나의 비밀 글이다. 지금 쓰는 글은 아니다. 아무튼 글을 짧게는 한 시간, 길게는 두세 시간 정도 쓰다 보면 어느덧 10시가 다 되어간다. 외출할 때는 밖에서 글을 쓰니 집으로 돌아오면 좀 쉴 수 있어서 좋다. 그때는 이 시간이 휴식 시간이다. 책을 읽거나 티브이를 보거나 핸드폰을 한다. 그럼 더 늦기 전에 하루 한편의 짧은 글을 써야 할 시간이 된다. 10시가 되면 슬슬 불안하다. 마감을 어기면 안 되니까. 그날그날 느낀 것을 적어 내려간다. 오늘은 보통의 목요일에 대한 글이다.


  오늘은 약속이 있었다. B를 만나 용산전자상가에 가서 노트북을 보고 영화도 봤다. 저녁을 먹고 집에 왔다. 오는 길에 스카프 두 개를 샀다. 엄마 것, 내 것. 오는 길엔 달빛이 영롱하게 빛났다. 그걸 보고 밤이구나, 느꼈다. 내일도 어제와 비슷한 하루가 되겠지. 목요일, 일주일의 후반전이 시작됐다. 가끔 나는 내 인생이 어디쯤 가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난 지금 어디쯤이며 어디로 가야 하며 얼마나 왔을까. 그냥 막연하게 떠오른다. 뭘 고민하는지도 모르면서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겠지. 아주 막연한 불안감. 괜찮다고 말하고 싶지도 않고, 그러려니 하자고 쓰기 싫다. 그냥 그렇다는 거다. 내가 그런 생각이 든다는 거다. 사실은 그것뿐이다. 더 생각을 보탤 것도 없다. 보통의 목요일엔 그런 고민쯤 하는 게 자연스러운 거니까. 소설이 떠오른다. 김애란 작가의 비행운 중에서 <그곳에 밤 여기에 노래>라는 단편이.

  ‘워 더 쭈어웨이 짜이날?’

  ‘제 자리는 어디입니까?’ 그리고,

  ‘리 쩌리 위안 마?’

  ‘여기서 멉니까?’

나도 묻고 싶었다. 나는 어디쯤이며 내 글은 또 어디쯤인지. 나도 언젠간 이런 글을 쓰고 싶다. 언제나 글 생각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오늘도 똑같다. 조금 더 잘 다듬어지고 나은 글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날을 기다리는 밤이다. 여기까지 써보니 조금 더 규칙적으로 살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일은 조금 더 알찬 하루가 되길 바란다. 어서 씻고 잘 준비를 해야겠다. 보통의 금요일을 위해서. 꽤 괜찮은 하루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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