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 속에서 당신을

2018. 10. 26. 23:49글쓰기 우당탕탕



  ‘소설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왜 소설을 읽는가에 대한 답을 알게 되면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꾸준히 관심을 가졌던 김영하 작가의 강연을 들으러 관악구청에 갔다. ‘소설을 읽을 때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들이라는 주제였다. 우리는 소설을 왜 읽는가, 정말 모르겠다. 나 또한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 그리고 내가 읽은 책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 하고 함께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뭘까. 어렴풋한 느낌만 있을 뿐 설명할 수 없었다. 소설에서 나온 내용도 그렇다. 뭐 하나 정의되지 않는 것이고 설명하기도 어려운 복잡한 것인데, 도대체 왜?

  작가는 소설은 이상한 책이라 했다. <하루 15분 정리의 시간>이나 <스티브 잡스> <아침형 인간> 같은 책과 달리 소설은 바로 실생활에 써먹을 수 없는 것들의 이야기다. 주제나 교훈을 쉽게 알기가 어렵다는 거였다. 이런 책을 왜 읽는 걸까? 우리는 소설을 읽으며 다양한 인물을 만난다. 그들 대부분은 본보기로 삼기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불륜, 살인, 강도, 자퇴 등 문제가 이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그들과 독자인 사이엔 공통점이 있다. , 나도 그런 생각 했었는데! 하며 소설 속 인물과 나는 다르지 않다는 걸 발견한다. 내 마음 깊숙한 곳에 잠자고 있던 생각이나 금기시했던 행동을 저지르는 주인공을 보며 나와 같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서 우리는 소설 속 인물을 통해 나만 이런 생각을 한 게 아니구나!’ 느끼게 된다는 거다. 이 과정이 쌓여 다양한 상황을 이해하고 다양한 사람이 돼보며 간접 경험을 늘려간다. 작가는 이것을 감정의 테마파크라고 칭했다. 우리가 놀이공원에 가면 아이스크림도 먹고 롤러코스터도 타고 바이킹도 타는 것처럼 우리는 다양한 경험을 하기 원하는데 소설도 마찬가지라는 거다. 소설을 많이 읽을수록 다양한 인물을 만나게 되고 우리는 더욱더 많은 경험을 하게 된다. 자기 자신을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되고 살펴본다. 더 나아가 자신을 알게 되니 타인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영향을 주고받는 우리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거였다.

  소설을 읽으며 딱 내 마음 같은 문장을 발견한 경험은 누구나 있을 거다. 난 이 경험을 할 때면 감동이 밀려온다. 내 마음을 알아준 것 같은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들어 설명하기 어렵다. ‘내 마음과 꼭 맞는 문장이라고 밖에는. 뭐라고 이름 붙여야 할지 몰랐는데 작가는 감정의 언어가 부여되는 것이라 정의했다. 자신의 감정을 좀 더 분명하게 느끼고 받아드리게 되는 것. 말하자면 나를 아는 채 해주는 거였다. 내 마음과 내 감정을. 오늘 강연 중에 제일 기억에 남았던 게 이 부분이다. 나는 내 마음을 잘 모르니 다른 사람의 언어에서 빌려와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소설이 필요하다는 거다. 소설책을 들추던 게 생각이 났다. 짧은 단편부터 시작해 장편까지. 외국 소설보단 한국 소설을 더 많이 읽게 됐던 시기도 떠올랐다. 습관적으로 번역체보다 한글로 적힌 글을 찾았던 때였다. 읽었던 것을 또 읽으며 기다렸던 건 내 마음과 꼭 맞는 감정, 문장이었나보다. 내가 나를 더 잘 알고 싶었고 나를 살피고 싶었던 거다.


  소설가란 참 신기한 직업 같다. 자신의 마음을 내려다보는 동시에 타인의 마음마저 지켜보니까.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어떤 사건 속에 숨겨진 감정이나 이면의 것을 알아채고 글로 적는다. 그러기 위해선 작가의 말처럼 대중 속에 스며들어 그들이 어떤 말을 하고 있나 들어야 하겠지. 더 잘 듣고, 상상하고 써야 한다. 작가도 글 쓰는 것 자체는 괴로운 일이라고 했다. 고통이며 자기 자신이 드러나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라고 했다. 원래 어려운 것이라고. 하지만 난 이 답 없는 것을 계속하고 싶다.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어떤 글이라도 쓰고 싶다. 정답도 방법도 없는 이 글쓰기를 계속하고 싶다는 것뿐이다. 10월의 마지막 금요일, 불금(불타는 금요일)엔 소설이죠! 라고 농담을 건네던 작가의 모습이 생각나 또 웃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강연을 들으러 갈 땐 오지 않았던 비가 추적추적 내려 거리가 젖는 걸 보며 생각했다. 글을 아주 오래 쓸 수 있다면 좋겠다고. 타인의 글 속에서 내가 나를 알아봤듯이 내 글에서도 누군가가 자신을 알아봐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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