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위해서

2018. 12. 28. 23:58에세이 하루한편


  

  일 년짜리 적금을 만기 해지했다. 작년 이맘때쯤 들었던 내 첫 번째 적금이다.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바로 들었으면 더 좋았으련만 일 년 넘게 다닐 줄은 몰랐던 터라 회사에 다닌 지 6개월 만에 들었다. 처음 들어보는 거지만 고정적인 수입이 있으니 큰 걱정 없이 들은 거였다. 일 년으로 비교적 짧기도 했고. 그렇게 1, 2회 붓던 게 며칠 전 만기가 도래했다는 문자를 받았다. 어이없을 정도로 짧은 일 년이 실감 났다. 은행 직원은 나에게 정기예금을 들 건지 물었다. 나는 예금에 대한 지식이 없어 우선은 내 통장에 옮겨달라고 했다. 그리고 추천해 줄 예금, 적금 상품이 있는지 물었다. 직원은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 물은 뒤 팸플릿 하나를 건넸다. 적금이었다. 1, 2, 3년제 중 선택할 수 있었고 월 20만 원 이하로 적립할 수 있는 상품이었다. 3년짜리를 들어볼까. 계산을 해봤다. 20만 원씩 1년이면 240만 원. 그렇게 3년이면 720만 원. 이자를 따져보다 생각을 멈췄다.

  이 돈을 모아서 뭘 하지? 결혼? 여행? 안정적인 미래를 위해 돈을 모으는 건 현명한 일이지만, 갑자기 든 생각에 답을 내리기 어려웠다. 내가 무엇을 위해 돈을 모으나. 내 미래가 결혼인가? 그건 아니다. 어디서 뭘 하고 있을지 모를 미래의 나를 위해 과거의 내가 미리 준비해두는 돈이라고 생각하면 편하겠다. , 너 사고 치면 이거로 수습해, 하고 모아두는 거. 또는 사고치고 싶으면 이거로 해, 이쪽에 더 가까울 수도 있겠다. 그래, 그렇게 생각하자. 맞다, 날 위해서지. 날 위해서. 3년 뒤엔 난 뭘 하고 있을까. 막연한 생각에 빠졌다. 서른을 앞둔 그땐 한국이 싫다며 외국 어딘가에 내 몸을 숨기고 있을지도 모르고 글을 꾸준히 써서 책 몇 권을 더 낸 상태일 수도 있겠다. 아니면 다시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열정에 불이 붙어있을 수도 있고. 뭘 하든지 간에 즐겁게 하자. 두려워하지 말고, 차근차근히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하나씩 해나가자. 그러다 보면 시간이 지나있겠지.

  새해가 다가온다. 사흘만 지나면 2019년이다. 마음이 흐트러지기 쉬운 나날이다. 신춘문예는 아무래도 안 된 것 같다. 기대를 하나도 안 했다면 거짓말일 거다. 뭐든 긴 싸움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낀다. 지금은 어지러운 마음을 다잡고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앞으로 내가 가야 할 길, 가고 싶은 길을 생각하고 마음 굳게 먹기를 바란다. 뭐든지 날 위해서, 이 네 글자 잊지 않으면서. 욕심일지라도 가장 행복하길 바라는 사람, 나를 잊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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