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을 대하는 태도

2018. 12. 31. 23:56에세이 하루한편



  오늘은 글 하나를 인용하기로 한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새해에는 행복해지겠다는 계획은 없다라는 제목의 글이다.

 

그러나 새해에 행복해지겠다는 목표나 계획 같은 건 없다. 역사상 가장 뛰어난 권투 선수 중 한 사람이었던 마크 타이슨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처맞기 전까지는.” 사람들은 대개 그럴싸한 기대를 가지고 한 해를 시작하지만, 곧 그 모든 것들이 얼마나 무력하게 무너지는지 곧 깨닫게 된다. 링에 오를 때는 맞을 것을 각오해야 한다. 따라서 나는 새해에 행복해지겠다는 계획 같은 건 없다.

 

행복의 계획은 실로 얼마나 인간에게 큰 불행을 가져다 주는가. 우리가 행복이라는 말을 통해 의미하는 것은 대개 잠시의 쾌감에 가까운 것. 행복이란, 온천물에 들어간 후 10초 같은 것. 그러한 느낌은 오래 지속될 수 없기에, 새해의 계획으로는 적절치 않다. 오래 지속될 수 없는 것을 바라다보면, 그 덧없음으로 말미암아 사람은 쉽게 불행해진다. 따라서 나는 차라리 소소한 근심을 누리며 살기를 원한다. 이를테면 왜 만화 연재가 늦어지는 거지, 왜 디저트가 맛이 없는 거지, 라고 근심하기를 바란다. 내가 이런 근심을 누린다는 것은, 이 근심을 압도할 큰 근심이 없다는 것이며, 따라서 나는 이 작은 근심들을 통해서 내가 불행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이 문장이 눈에 띄었다.행복이란, 온천물에 들어간 후 10초 같은 것1분도 아니고 10초라니. 그건 행복도 아니라 기쁨에 가까울 만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찰나의 순간 같은. 나도 새해엔 항상 행복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작년보단 더 나은 한 해가 되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은 당연한 거니까.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지 못난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았다. 그렇다면 2019년은 어떻게 살고 싶은가. 행복하게 살고 싶다. 그렇다면 행복은 뭘까. 난 언제 행복했지. 제주도 여행이 일 년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는데. 막연하게 행복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행복이 뭔지 모르겠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러다 최근에 든 생각은 이거다. 어쩌면 우리의 기본 감정은 불행일지도 모른다고. 모든 일은 다 불행한 게 당연한 거고 우리는 그렇게 불행을 느끼며 살아가는데, 아주 가끔 행복한 거라고. <꿈의 제인> 속 나온 제인의 대사와도 같은 맥락이다.

  “나는 인생이란 게 엄청 시시하다고 생각하거든. 태어날 때부터 불행이 시작돼서 그 불행이 한 번도 안 끊기고 계속 이어지는 기분? 근데 행복은 아주 가끔 드문드문, 있을까 말까?”

어쩌면 불행 속에서 살아가는 게 당연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라고 말하는 우리 할아버지처럼. 그 와중에 만난 저 문장은 내 마음을 또다시 흔들었다.

  다시금 행복과 불행 사이의 어디쯤을 되돌아보게 했다. 그럼 기대 없이 인생을 살아야 하는 건가. 그럼 마음이 너무 늙는 것이 아닐까. 나이 드는 것보다 마음이 늙는 게 더 서글픈 일인데. 아직 난 모르겠다. 여러 가지 생각만 들 뿐이다. 다만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인생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게 당연하다는 것 정도다. 그래서 오히려 재밌을 수도 있고 즐겁게 웃을 수도 있으며 예상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어쩌면 그 모든 게 더 나에게 이름 모를 어떤 것을 가져다줄 수도 있으며 그게 뭔지는 아무도 알 수 없고 오직 미래의 자신만 알 수 있다는 거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행복이라 부를 수 있는 것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정도다.

  그러니 행복해져야겠다는 부담감을 아주 조금만 내려놓자. 내 책에도 적었듯이 작은 기쁨이 모이면 행복이 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행복이 가장 좋은 거니까. 내가 가져야 할 태도는 이거다. 작은 기쁨을 찾는 것에 게으르지 말 돼, 나 자신을 행복의 함정 속에 빠뜨리지 말 것. 정말 불행이 기본 감정이라면 그렇게 생각하면서 일 년을 살아볼 것. 내가 느끼기에 아니면 아닌 거니까. 행복에도 욕심을 부렸던 게 아닌지 생각해볼 것. 그리고 모든 걸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속이려 들지 말 것. 난 지금 행복해. 억지 행복을 만들지도 말고. 이게 내가 2019년을 대하는 태도다. 일 년이 지나고 다시 이 글을 읽어보고 생각이 바뀌었다면 그대로 적어도 좋으니, 지금은 이렇게 살자. 고마웠다. 한 해야.

 

'에세이 하루한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다음은 좀 더 쉬울 거야  (0) 2019.01.02
그렇게 새해를 맞이했다  (0) 2019.01.01
소심한 인간의 하루  (0) 2018.12.30
날 위해서  (0) 2018.12.28
타인의 책과 내 글 사이의 나  (0) 2018.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