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엔,

2019. 1. 17. 23:57에세이 하루한편


도서관에서 책을 두 권만 빌렸다. 3주 전에 무슨 생각인지 네 권을 빌렸다가 후회해서 절충안을 내린 거다. 한 권은 다 읽었고 또 한 권은 반 정도 읽었고 나머지 두 권은 거의 못 읽었다. 훑어본 정도였다. 시간을 돌이켜보니 바쁜 일도 많았지만,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여유가 있어야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읽어서 여유를 갖게 되는 건데. 읽을 시간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머리에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을 것 같은 느낌때문에 미뤄둔 것뿐이다. 그럴수록 책을 붙잡았어야 했는데.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핸드폰을 붙잡고 관심도 없는 기사를 클릭하거나 인기검색어를 살피고 살 것도 아닌 물건을 찾아봤다. 유튜브에서 이런저런 영상을 보고 궁금하지도 않은 댓글을 읽고. 습관적으로 계속 뭔가를 봤다. 생각할 틈을 주지 않았다.

돌아보면 그 과정은 머리를 멍하게 만드는 행동이었다. 내가 불행하다는 생각이 작은 틈을 파고들지 않게 계속 내 관심을 끄는 거였다. 주로 동영상과 자극적인 무언가로. 여기에서 저기로. 고양이 앞에서 흔드는 깃털 모양 장난감처럼 눈을 떼지 못하게. 고개까지 휙휙 돌아갈 정도로 날 집중시켜야 했다. 인터넷 세상은 끊임없이 솟아나는 정보의 바다였으니 어렵지 않았다. 그래서 그동안 해리포터 전 편을 다 본 거고 핸드폰도 많으면 하루 네 시간을 붙잡고 있었던 거다. 그래도 이번 주는 좀 나았다. 한없이 밑으로 꺼지는 느낌을 받지 않았고 물먹은 솜처럼 내 마음이 무거워지지도 않았다. 그래서 다시 책을 찾았다. 그리곤 생각하는 거다. 마음이 힘들고 어려울 때 책을 찾는 습관을 들이자고. 일회용 해결책 말고. 정말로 날 진정으로 위로하는 일이 뭔지 생각해 보자고.


결국엔 한 권의 책이, 먼 과거의 누군가가 나에게 보내는 몇 줄의 글이 나를 다시 살게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