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분의 시간을 기다리며

2019. 1. 16. 23:52에세이 하루한편


오늘도 어김없이 카페에 갔다. 말차라테 한 잔을 시켰다. 세 시간 동안 글을 쓰고 집으로 돌아왔다. 밀린 집안일을 시작했다. 빨래를 돌려놓고 설거지를 했다. 반찬통과 프라이팬, 냄비를 수납장 안에 차곡차곡 포개어 넣었다. 3인분의 설거지가 싱크대 플라스틱 통 안에 마구잡이로 있었다. 우리 집은 왜 이렇게 짐이 많을까. 식기도 많고 수저, 젓가락도 많고, 컵이며 각종 잡동사니가 많다. 버린다고 버렸는데도 수납장을 열어보면 한가득하다. 설거지를 다 한 뒤엔 화장실 쓰레기부터 집 안에 있는 온갖 쓰레기를 다 모았다. 모은 쓰레기를 한 곳에 탈탈 털고 질끈 묶어 문 앞에 두었다. 쓰레기통에 다시 비닐을 씌웠다.

이제 좀 쉬어볼까 했지만, 빨래가 다 됐는지 세탁기가 노래를 불렀다. 빨랫줄에 널린 옷가지들을 다 소파 위에 올려두고 빨래를 널었다. 그리고 휴식. 3인분의 청소였다. 3인분의 설거지와 3인분의 빨래. 3인분의 쓰레기, 3인분의 빨랫감과 3인분의 짐. 우리 집 식구들은 정리정돈을 잘할 줄 모른다. 물건을 쓰고 난 뒤 제자리에 놓으면 찾기에도 쉽고 쓰기에도 수월한데. 아무렇게나 놓고선 찾는 데 시간을 낭비한다. 볼펜 어딨지? 가위는 어딨더라? 내 장갑 봤냐? 시계를 어디에다 뒀더라? 이런 식이다. 정리정돈이 안 되는 우리 집에선 미니멀 라이프는 꿈도 꿀 수 없다. 이렇게 복잡한 곳에 있으니 썰렁할 정도로 빈 곳이 그리워진다.

다시 독립하게 되면, 진짜 내 힘으로 하게 되면 내 집은 텅텅 비워놓기로 다짐한다. 차 마시고 책 읽을 읽으며 글을 쓰는 공간, 밥 먹는 공간, 잠자는 공간을 구분해놓고 다른 곳은 모두 비워놓기로. 작은 원룸이 되겠지만, 최대한 짐을 들이지 않을 거다. 빨리 내 공간을 갖고 싶다. 온전히 나만 생각하며 살고 싶다. 이기적일지라도, 당분간은 그렇게 살고 싶다. 1인분의 식사와 청소. 1인분의 음식과 쓰레기가 나오도록. 내가 어지른 만큼만 치우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일만 하며 그만큼만 책임지는 그런 생활을 하고 싶다. 1인분의 시간만 보내고 싶다. 다른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나만. 나에게 집중하고 싶다. 다른 어떤 것보다도 나에겐 그 시간이 간절하다. 나만 생각하는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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