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3. 19. 23:56ㆍ에세이 하루한편
서점에서 나의 하루 일과를 적어본다.
1. 매입 : 들어온 책들의 재고 파악을 위해 하는 작업. 출판사에서 책 제목과 권수, 매입률, 가격이 적혀있는 서류를 보내오면 내용과 같이 입력을 한다. 부수와 가격이 맞는지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2. 계산 : 가장 중요한 업무. 책 뒤에 있는 바코드를 찍고 카드면 카드, 현금이면 현금, 상품권이면 상품권으로 계산을 하면 된다. 틈틈이 카드로 계산한 가격과 포스 기기에서 찍힌 가격이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이걸 정산이라 한다).
2-1. 환불 : 책을 사는 게 쉬울수록 환불도 쉽다. 책을 확인한 뒤 영수증에 적혀있는 승인번호를 입력해 카드 취소를 한다. 결제수단에 따라 현금으로 해줄 때도 있다. 환불 대신 책을 교환해 가는 사람도 많았다.
3. 은행 업무 : 하루에 한 번, 오전 10시쯤 은행에 가서 전날 수입을 통장에 입금했다. 가격은 날마다 다르다. 필요에 따라 잔돈을 바꾸기도 했다.
4. 기타 업무 : ①재고 도서 확인, 책 찾아주기
②전화 받기
③박스와 노끈 정리
➃잔일, 잔심부름
서점 아르바이트가 끝났다. 2월 말에 시작해 3월 중순에 끝난 아르바이트. 나의 첫 단기 아르바이트다. 그동안 몇천개의 바코드를 찍고 카드를 긁고 도장을 찍은 뒤 영수증을 뽑았다. 일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 다리가 퉁퉁 부어 뻐근했다. 스트레칭하고 종아리를 주무르며 피곤함에 찌들었다. 다음 날 눈을 뜨면 뭔가를 입에 넣고 옷을 입고 선크림을 바르고 다시 서점으로 갔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첫 주에는 몸살이 날 정도로 힘들었고 둘째 주에는 덜 바빠서 할 만했고, 셋째 주에는 한가해서 시간이 잘 안 갔다. 바쁠 땐 3~4천, 일이 없을 땐 3~6백은 팔았으니 바쁠 때 일의 강도와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알 수 있다. 한 번 그렇게 힘들고 나니 나머지 날들은 모두 다 괜찮았다. 심리적으로. 밥 먹은 시간 빼고 8시간을 서서 계산했던 때도 잘 버텼는데 오늘도 잘할 수 있겠지. 이런 마음이었다.
점장님은 그동안 너무 잘 해줬다며 수고했다고 말했다. 시간과 수당을 좀 더 챙겨줬다고 해서 나는 연간 감사합니다, 반복했다. 자주 놀러 오라며 인사를 건넸고 나도 책을 사러 오겠다고 대답했다. 점심때 오면 점심 사줄게. 점장님은 다시 한번 놀러 와요, 덧붙였다. 네, 수고하셨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나는 인사를 한 뒤 서점을 나섰다. 너무 힘들어서 서점 일은 더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끝나고 나니 시원섭섭했다. 내일 가서 또 책을 팔아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다. 학생들이 우르르 왔다가 우르르 가고 나서의 한산함,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듣는 음악, 그 때 어울리는 음악을 찾는 게 좋았다. 또 비싼 전공서적의 가격을 듣고 놀라는 반응도 웃기고, 계산을 할 때 꺼내는 지갑 구경을 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생각해보니 재밌었던 것도 많았다.
예상보다 힘들었지만, 예상보다 재밌었던 서점 일이었다. 모든 일이 다 그런 것 같다고 생각하면 너무 뻔한 글이 되겠지만, 그렇게 쓰려 한다. 모든 것은 한쪽에 치우치는 법 없이 양쪽에 비스듬히 걸쳐있다고. 그 안에서 중심을 잡는 건 내 일이고 어떻게 정리하고 받아들이느냐도 내 몫이라고. 생각을 한다. 음, 이렇게 사는 것도 꽤 괜찮았다. 한 줄 평을 내렸다.
'에세이 하루한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마랑 목요일 나들이 (0) | 2019.03.21 |
---|---|
소심이의 일탈기 (0) | 2019.03.20 |
주머니에 담긴 그리움 (0) | 2019.03.19 |
사랑의 할머니 (0) | 2019.03.17 |
단잠에 빠지길 (0) | 2019.03.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