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랑 목요일 나들이

2019. 3. 21. 23:59에세이 하루한편

 

엄마와 저녁 약속을 잡았다. 월급날은 다음 주 월요일이지만 미리 한턱 내는 거였다. 장소는 서점 사람들이랑 회식했던 파스타 집이었다. 상수역 1번 출구에서 엄마를 기다리며 생각했다. 엄마랑 밖에서 따로 만난 적이 있었나. 집에서부터 같이 출발한 적은 많았어도 아예 다른 사람을 만날 때처럼 약속을 한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엄마와 팔짱을 끼고 걸었다. 바람이 많이 불고 공기가 차가웠지만, 발걸음은 가벼웠다. 매운 새우 파스타 하나와 로제 파스타 하나를 시켰다. 엄마는 맛있다며 후루룩후루룩 파스타를 입에 넣었다. 가게와 거리엔 온통 젊은 사람들이었다. 모두 친구나 애인처럼 보이는 사이였다. 나처럼 엄마와 함께 있는 사람은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어렸을 땐 엄마랑 노는 게 제일 재밌었는데. 언제부터 엄마와 시간을 오래 보내지 않았던 걸까.

식사를 다 한 뒤 어떻게 집으로 갈까, 얘기하다가 맛있어 보이는 음료를 발견했다. 흑당 버블티였다. 까만 설탕으로 단맛을 내고 까만 버블티가 들어갔단다. 우유에 설탕이 사르르 녹는 게 맛있어 보였다. 엄마, 우리 이거 먹자. 카페에 들어갔다. 이번엔 엄마가 음료를 사줬다. 엄마는 빨대로 한 모금 들이키더니 버블티를 뱉어냈다. 그거 먹어도 되는 거야. 나는 말했다. 엄마는 그제야 입안에 들어있는 다른 버블티를 씹었다. 처음 먹어본다며 크게 후루룩 빨아드리고는 우적우적 씹어 먹는 모습이 웃겼다. 나는 이거 흑설탕 뭉친 건 줄 알았어. 엄마는 웃으며 얘기했다. 나도 따라 웃었다내가 음식이나 음료 사진을 찍으면 엄마는 줄곧 나도 찍어야지. 가만 있어 봐 나도 좀 찍게, 하며 나를 따라 했다. 엄마를 오랜만에 쉬게 해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와 놀았다는 기분도 들었고. 

내가 또 아르바이트해서 맛있는 거 사줄게 엄마.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내가 말했다. 그래, 엄마는 공부 열심히 할게. 맛있는데 많이 알아보고 엄마도 데려가 줘, 라고 대답했다. 시간은 너무 빨리 흘러서 어떤 기회를 놓쳤다는 사실을 알기도 전에 나를 지나가 버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과의 일이 그렇다. 비싸지 않더라도 가끔 기분전환 할 수 있도록 엄마 아빠와 자주 밖에 나와야겠다고 다짐했다. 내가 번 돈으로 한 끼는 사줄 수 있도록. 엄마와 좋은 시간을 보냈으니 다음은 아빠다. 아빠와는 우동을 먹으러 갈 예정이다. 나와 있는 시간이 편안히 쉴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시간이 흘러 우리 모두 나이가 들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