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좋은 일이 있으려고

2019. 3. 22. 23:29에세이 하루한편


여행기를 쓰러 카페에 갔다. 지루해서 잠깐 쉬는 도중 잡지 <좋은 생각>에 응모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 사이트에 들어갔다. 그제까지만 해도 심사 중이라고 뜨던 내 원고 밑에는 미채택이라는 단어가 생겼다. 14회 생활문예 대상에 응모한 글이었다. 마침 오늘 응모 결과가 나왔다. 대상과 금상, 은상과 동상을 지나 장려상, 입선까지 훑어봐도 내 이름이 없었다. , 안됐구나. 장려상이나 입선까지는 바랐었는데. 그것마저 안됐다. 미채택이라는 단어를 보고도 실감이 나지 않아 당선자 목록을 다시 살펴봤다. 제일 먼저 든 생각은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참 많구나, 라는 거였다. 내 글이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잘 쓰는 사람이 많구나. 그렇구나. 나도 언젠가 입상할 날이 올까. 큰 공모전 두 개, 서포터즈 신청한 것 두 개, 마켓에 신청한 두 곳 모두 안 됐다. 이렇게 따져보니 안 된 것도 참 많네.

이번 달엔 뭔가에 신청하는 족족, 응모하는 족족 되질 않아서 뭐 하나는 되려고 이런가 보다 했더니만 아니었다. 마지막 희망인 생활문예 대상에 기대를 걸었지만 결국 이것도 아니었다. 글은 어떻게 써야 하는 걸까. 날 얼른 글 쓰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날 설득시킬 수 있을 만큼의 결과를 보이고 싶은데 쉽지가 않다. 어제 발급받은 내일 배움 카드로 글쓰기 강좌를 찾아봤다. 내가 공부하고 싶은 건 에세이와 소설 쓰는 법인데. 깊게 파고드는 수업은 없었다. 글쓰기 전반에 대한 것뿐이었다. 그러던 중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소설 창작 강의 입문반 수업을 하나 발견했다. 신청할까 말까 고민하던 중 이런 생각이 들었다. 글쓰기는 가르칠 수 있는 걸까, 배운다면 더 잘 쓸 수 있는 걸까. 내가 알고 있는 소설가들은 모두 글을 누군가에게 배워서 쓴 걸까, 아니면 쓰다 보니 잘 써진 걸까.

문학 동네 신인상 공모가 6월이라 단편 소설 한 편을 더 써야 하는데 수업을 듣는 게 좋을지 어떨지 잘 모르겠다. 일하고 싶은 마음과 잘 다듬어진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충돌한다. 어제 우연히 대학 내일 에디터와 잡지<bear>의 에디터 구인 글을 봤다. 한 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직업이라 망설여진다. 내 글을 쓰느냐 남과 함께 다듬어가는 글을 쓰느냐. 사실 글을 쓴 지 얼마 되지 않아 딱히 내 글이랄 것도 없지만. 어쨌든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다. 지금 이 기회를 놓치면 언제 또 맞닥뜨릴 수 있을지 예상하지 못해 고민 중이다. 특히 <bear>의 에디터는 더더욱. , 조금 더 고민이 필요하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내일도 내일 모레도 글을 쓸 거다. 무슨 일이 있어도 문학 동네 신인상 공모에 응모할 거다. 앞으로도 수많은 낙선과 당선이 날 기다리고 있다. 나중에 얼마나 좋은 일이 있으려고 이렇게 낙선하는 거람. 이런 마음가짐으로 꾸준히 써야겠다.

'에세이 하루한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건 사실 거짓말이야  (0) 2019.03.24
관계에도 나이가 있다면  (0) 2019.03.23
엄마랑 목요일 나들이  (0) 2019.03.21
소심이의 일탈기  (0) 2019.03.20
힘들었던 만큼 재밌었던 서점 아르바이트  (0) 2019.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