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엔 책을 읽는 것이 좋다

2019. 4. 22. 23:26에세이 하루한편


9시 반에 맞춰놓은 알람이 울리기 전에 일어난다. 세수와 양치를 한 뒤 사과를 깎아 접시에 담고 포크로 찍어 먹으며 수첩을 편다. 이틀 동안 뭘 했는지 상세히 적는다. 오늘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도. 그리고 방으로 돌아가 책을 편다. 어제는 무언가를 찍고 보기만 했다면 오늘은 읽고, 쓰고 싶어서. 내면의 목소리가 핸드폰으로 간밤에 무슨 일이 일어났나 보라며 재촉하지만, 아니다. 책을 편다. 달콤한 속삭임은 어느새 멀어지고 책에 집중한다. 엉덩이가 아프니 일어서서 소리 내어 읽는다. 종이의 질감을 느끼며 뭔가를 읽는다. 소설이 될 때도 있고 에세이일 때도 있고 글쓰기에 관련된 책일 수도 있다. 어떤 것이든 좋다. 그렇게 아침에 뭔가를 읽는다. 오늘은작가의 시작이라는 책을 읽었다. 문득 바쁘던 아침을 떠올린다. 부랴부랴 세수하고 이를 닦고 아침을 먹고 옷을 입고 선크림을 바르다가 옷에 묻어서 화장실로 달려가는 아침. 책을 펴 볼 여유조차 없는, 하루를 돌이켜보고 내일을 상상해보는 시간이 없던 나날들.

내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게 된 지금은 읽는 행위를 하루의 우선순위에 두는 중이다. 뭔가를 적고, 읽으며 하루를 시작하려고 한다.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며 카페인으로 깨우던 아침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머리가 깨어나 움직이도록. 내 의지대로 시작하는 하루는 다른 날들과는 다른 말을 걸어온다. 오늘을 잘 지낼 수 있겠어. 기분 좋은 긴장감까지 맴돈다. 그렇게 오전을 지나, 오후에 접어든다. 점심을 먹고 해야 할 일을 하다가 산책하러 다녀온다. 그럼 계속 이렇게 살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에 뭔가를 읽고 오후엔 뭔가를 쓰고 산책을 하고 끼니를 챙겨 먹는 하루. 오늘이 괜찮은 월요일이었던 건 하루를 읽으며 시작했기 때문이 아닐까. 읽는 행위는 머리를 톡톡 두드리며 깨우고 일어나, 이제는 생각해야 할 시간이야. 라고 말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게 깨어난 머리로 단어가 만들어내는 세계를 상상하고 더 나아가 하루를 상상하며 시작하다 보니.

난 아침에 뭔가를 읽는 행위를 계속할 예정이다. 하루를 읽으며 시작할 거다. 확실한 건 또 다른 하루가 펼쳐진다는 거다. 그러니 오전엔 책을 읽는 것이 좋다. 그 하루도 누군가 읽어주는 책처럼 차분히 살아갈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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