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을 해야 할 때

2019. 5. 4. 23:40에세이 하루한편


잠자리에 든 밤 12시 반. 벽을 통해 들리는 소음에 신경이 거슬렸다. . . 어딘가에 부딪히며 나던 소음은 탁. 그다음은 쿵, 으로 변했다. 눈을 감고 소음에 신경 쓰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탁, 쿵 뭔가를 치는 마찰음에 깜짝 놀라 눈을 번쩍 뜨기 일쑤였다. 천장과 벽을 팔꿈치로 쳐보기도 했지만 그대로였다. 팟캐스트를 틀어놓아도 별수 없었다. 시간은 새벽 1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현관문과 가까운 원래 내 방에선 윙, 하는 진동 소리가 일정 간격으로 나다가 탁, 어딘가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는데 이 방에선 탁, 하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금복이가 놀면서 어디 부딪히는 소리지 뭐니.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일정한 간격으로 들리는 소음과 마찰음으로 보아 로봇청소기인 것 같았다. 하지만 위층에선 로봇청소기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원인 모를 소음에 신경이 예민해져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었다. 소음 때문에 방을 바꿨지만, 여전히 괴로웠다. 빠르게 뛰는 가슴은 진정되지 않았고 이내 짜증이 치밀었다. 잠을 못 자는 게 한두 번이 아니란 걸 생각하자 목 끝까지 화가 올랐다. 수면유도제를 먹었다. 접이식 매트리스와 이불, 베개를 들고 거실로 나갔다. 거실엔 소음이 덜했지만, 새벽잠이 없는 엄마의 움직임에도 깼다. 시계를 보니 525분이었다. 잠에서 깨자 다시 멀리서 들리는 마찰음이 거슬렸다. 그렇게 자다 깨기를 반복했다. 8시에 알람이 울렸다. 영상 편집 수업을 듣는 날이었으니 일어나야 했다. 같은 이유로 저번 주에 결석했으니 오늘은 나가야 했다. 천근만근인 몸을 이끌고 세수를 했다.

수업을 다 듣고 저녁을 먹은 뒤 쓰러져 잤다. 두 시간 반을 자고 일어났다. 밤에 잠이 안 올까 무서웠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소음의 원인을 찾아야 할지 몰라 막막했다. 24시간 계속 나는 거라면 경비아저씨나 관리사무실에 가서 이야기라도 꺼내 볼 텐데, 비규칙적으로 나서 직접 들려줄 수가 없다. 녹음이라도 해야 하는 건가. 반복되는 상황에 지칠 대로 지쳤다. 몸을 피곤하게 만들어서 잠을 푹 자게 하라는 말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어디서 살 것인가와 어떻게 살 것인가는 내가 정해야 할 문제인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게 화가 났다.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 순서를 정하느라 매번 고민했다. 독립, , 제주도. 이 세 가지를. 머릿속에만 있던 생각을 꺼내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왔다.  


(출처 :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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