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가 있었던 때

2018. 9. 25. 23:55에세이 하루한편



  혓바늘이 났다. 혀를 내밀어 거울을 봤다. 혓바닥 아랫부분, 유난히 붉은 곳 주변에 하얀 점 하나 솟아있다. 일 미리 정도 됐을까, 작은 것이 스치기만 해도 찌르르 아팠다. 밥을 먹을 때나 양치를 할 땐 조심해야 했다. 음식물이 건드리거나 칫솔이 스치기라도 하면 예상하지 못해 더 아팠다. 기분 나쁜 이물감이 들어 자꾸만 거울을 찾아 혀를 내밀어봤다. 건들지 않으려 했지만, 자꾸만 혓바늘을 입천장에 대고 쓸어보았다. 이로 살살 건드려보기도 했다.
  이상하게도 그 순간, 혀가 있음을 '느꼈다.' 생각해보면 나에게 혀란 원래부터 있던 거였다. 축축한 상태를 유지하며 항상 입안에 길쭉하게 뻗은 채로. 내가 의식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좁쌀 여드름처럼 작게 솟아난 것 때문에 비로소 느꼈다. 아주 절실하게. '나에게 혀가 있다.'
  혓바늘은 금방 사라질 거다. 길어도 일이 주를 넘기진 않을 거다. 혓바늘이 사라지면 그 사실을 다시 잊게 될 거다. 잊고 살다 하얗고 작은 것이 올라오고 그 언저리만 눌러도 올라오는 통증을 다시 느껴야지만, 알게 될 거다. 나에게 혀가 있다는 것을. 그 단순한 사실을. 나는 아파봐야지만 비로소 알게 되는 사람이었다. 금세 잊고 또 아파하는 단순한 사람이니까. 다시 돋아나면 기억할거다. 잊었던 그 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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