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친구 로즈힙

2018. 11. 17. 23:59에세이 하루한편/다함께 차차차!

 

 

  카페에서 세 시간 동안 글을 썼다. 로즈힙 밀크티 한 잔을 옆에 두고. 처음 먹어보는 밀크티였는데 너무 맛있어서 놀랐다. 차를 마시기 시작하면서 내 취향을 알아가고 있는데, 난 달콤한 향이 나는 건 별로다. 차는 보통 물보단 달거나 쓴데 맛이 단데 향까지 달면 이상하다. 기분 좋은 달콤함이 아니라 내 혀를 놀리는 기분이다. 이게 무슨 이상한 비유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근데 진짜 그런 기분이 든다. 나는 어떤 사람의 말을 진지하게 진담으로 들었는 데 사실 농담이었어, 메롱! 하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차라리 쓴 게 좋다. 텁텁하고 묵직한 게 좋다. 무게가 있는 맛과 향은 날 놀리지 않는 것 같다.

  허브차는 대부분 좋다. 카모마일, 페퍼민트, 레몬 밤, 로즈메리, 히비스커스, 재스민 등. 이중에선 로즈메리가 제일이다. 풀 향이 입안에 가득 퍼지는 게 너무 좋아 단연 제일로 꼽는다. 며칠 전 말차라떼와 앙버터를 먹은 적이 있었다. 앙버터 위에 장식으로 로즈메리 잎이 올려져 있었는데 난 잎을 얼른 주워 킁킁 냄새를 맡았다. , 이거 뭐더라. 내가 분명 좋아하는 냄새였는데. 이건 로즈메리다! 로즈메리! 난 잃어버린 기억을 찾은 것처럼 기뻤다. 마침 로즈메리 찻잎도 다 떨어진 참이었는데. 새끼손가락만 한 그 풀잎을 들고 계속 냄새를 맡다가 콧구멍 속으로 집어넣을 뻔했다. 언제 맡아도 날 기쁘게 하는 향이었다.

  그다음으로는 홍차. 잎 차로는 아직 잉글리쉬 블랙퍼스트만 마셔봤지만 텁텁하고 씁쓸한 끝 맛이 좋다. 묵직함이라는 단어와 잘 어울리는 보이차도 가끔 생각난다. 요즘엔 짜이에 빠져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는데 로즈힙이라는 새로운 차가 나타나 기쁘다. 그것도 바로 오늘. 처음 인사를 나눈 거다. 나랑 잘 맞는 차를 찾는다는 건 마음이 잘 통하는 친구를 사귀는 일 같다. 그것도 나를 잘 이해해주는 친구를. 이야기가 잘 통하는지 아닌지 긴 대화를 나눠볼 이들이 아직 많이 남았다는 게 즐겁다. 아직 안 마셔본 차가 수없이 많으니 말이다. 오늘은 로즈힙을 만났으니 즐거운 날이다. 앞으로 더 알아가야겠다.  잘 부탁해, 로즈힙!

'에세이 하루한편 > 다함께 차차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녹차의 날  (0) 2018.11.29
기다림이 즐거운, 마살라 짜이  (0) 2018.10.23
차의 속삭임  (0) 2018.10.14
짜이 같은 사람  (0) 2018.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