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이 같은 사람

2018. 9. 27. 22:30에세이 하루한편/다함께 차차차!



  엄마와 스타벅스에 갔다. 며칠 전 먹은 짜이 티 라테를 다시 먹고 싶어서다. 네 시가 지난 시간이었다. 낮에는 아직 더우니 음료를 차갑게 주문했다. 얼음이 동동 띄워진 짜이는 달곰씁쓸하면서 시원했다. 뜨거우면 뜨거운 대로, 차가우면 차가운 대로 맛있는 차다. 엄마는 짜이를 두 번째 먹는 거였다. 첫 번째엔 뜨겁게 먹었고 오늘은 차갑게 먹는 거였다. 엄마는 한 모금, 두 모금 마시더니 맛있다를 연발했다. 그러다 이게 무슨 맛인지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뗐다.

  “뭔가 밍밍한 데 달고, 단 것 같으면서도 씁쓸한 맛이 난단 말이지오묘한 맛이 나.”

그러곤 맛있다며 몇 번 더 마셨다. 이런 건 어디서 알아냈냐며 묻고는 덧붙였다.

  “꼭 너 같다, . 너랑 닮았어. 생긴 대로 먹네.”

엄마는 킥킥대며 웃었다. 나는 칭찬이야 욕이야, 하고 장난기 섞인 말투로 물었지만, 엄마는 대답해주지 않고 웃음으로 넘겼다.

 

  집으로 오는 길에 생각했다. 짜이를 닮았다? 그 민숭민숭 하지만 부드러운 맛, 단맛, 쌉쌀한 맛이 다 들어있는 차이를 닮았다는 건 무슨 말일까. 차이를 무슨 맛으로 먹냐고 물으면 딱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그 애매함을 닮았다는 걸까. 곰곰이 생각하자 웃음이 났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담. 어쨌든 콕 집어 말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는 말이겠거니 하고 넘겼다. 짜이는 생각 하면 할수록 나쁘지 않은 맛이니까. 오히려 잊으려 해도 자꾸만 생각나는 맛이었다. 그러고 보니 아주 좋은 말이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니까 내 맘대로 해석하면 된다. 난 자꾸만 보고 싶은 은은한 매력이 있는 사람인 거다. 나에게 짜이란 그런 거니까. , 짜이를 좋아하는 짜이 닮은 사람 여기 하나 있다. 은은한 향을 풍기는 사람 여기 있단 말이다! 난 역시 그런 사람이었어, 하며 괜히 우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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