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의 글

2018. 11. 22. 23:52에세이 하루한편


오늘도 똑같은 하루를 보냈다. 일주일에 한 번 B를 만나고 나머지는 대부분 똑같은 일상이다. 산책, , 독서, 방 정리. 단조로울 정도로 단순한 일상이다. 어디서 쓰느냐만 다를 뿐 매일 뭔가를 쓰고 읽고 고친다. 어딜 가든 낮은 짧아지고 밤은 길어지니 외출해도 금방 돌아오고야 만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혓바늘이 돋아 피곤한 것만 빼고. 오늘은 집에서 글을 썼다. 신춘문예에 접수할 글을 고치는 중이다.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생긴다. 내가 신춘문예라니. 한 번에 당선될 리는 없으니 큰 기대는 없지만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몸에서 반응이 온다. , 엉덩이부터 허리까지 뻐근하다. 글쓰기는 허리에 안 좋은 행위임이 분명하다. 내일은 진짜 병원에 가봐야겠다. 계속 수정을 해야 하는데 벌써 힘이 달리는 느낌이다. 단조로운 일상을 보낸다는 게 육체적, 심적으로 느껴져서 그런 걸까.

제주도로 여행을 떠나기 전 카카오톡 메신저를 탈퇴했다. 이젠 어떤 SNS 계정도 없다. 블로그 하나가 다다. SNS에 익숙해진 생활을 바꿔보고 싶어서였다. 탈퇴와 가입은 어렵지 않았다. 원래도 친구가 별로 없지만, 메신저까지 하지 않으니 인간관계가 더 좁아진 느낌이다. 날마다 혼자서 외롭고 묵묵히 살아가는 느낌이랄까. 문자로 연락하는 몇 명의 지인이 있지만 자주 만나지는 않으니 내 일상으로 돌아가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 가끔은 메신저 하나 지웠다고 연락이 끊어지는 관계가 우습게 느껴진다. 얼마나 얇고 얕았으면 한 번에 휙, 하고 끊어질 수 있을까. 원래 인간관계란 그런 건가. 아마 그런 거겠지. 삼백 명이 넘던 메신저 친구들은 스쳐 지난 사람들이었다. 그 속에서 공을 들여 관계를 발전시킬 만한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아니었다. 그저 한 때 만났던, 이야기를 나눴던, 함께 일했던, 기분 나쁜 기억을 심어줬던 사람일 뿐이다. 어쩌면 우리 대부분은 그렇게 사는지도 몰랐다. 일일이 정의할 수 없는 수많은 타인과 함께. 서로를 정의할 수 없는 채로.

난 단조로운 쪽을 택한 셈이다. 원래 주변에 친구가 많은 편도 아니고 연락하는 이들도 많지 않으니. 근데 가끔, 내 생활이 너무 단조로울 때면 나 이렇게 친구가 없어도 괜찮은 건가, 하는 의심이 든다. 만나던 사람만 만나고 매번 비슷한 이야기를 나누고 비슷한 만남을 유지하는 게 건강한 인간관계일까, 뭐 그런 생각 말이다. 내 일상에서 인간관계까지 생각이 이어지는 걸 보니 날 제대로 의심하고 있다. 매일 이야기를 지어내니 머리가 어떻게 됐나. 심심한 건가, 외로운 건가. 인간관계에 대한 답은 없다. 어떤 걸 선택하는가, 일 뿐. 어떤 쪽에 서서 어떤 방향을 보고 갈 것인가를 찾으면 되는 거다. 내가 바라는 꿈, 진짜 전업 작가가 돼도 이런 일상은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더, 더 단순해지고 외로워지지 않을까. , 모르겠다. 이렇게 오늘 하루도 지나간다. 어지러운 생각은 일단 저편으로 치워두자. 깊은 잠을 자고 내일 다시 생각하는 거로. 이만 마침표를 찍자. 목요일의 글, .             

'에세이 하루한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뭐라고? 잘 안 들려  (0) 2018.11.25
인터넷 없이 산 하루  (0) 2018.11.25
나만 없어 고양이  (0) 2018.11.21
그 단어만 아니었어도  (0) 2018.11.19
별일 없이 산다  (0) 2018.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