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글 산’을 오르는 중

2018. 11. 26. 23:47글쓰기 우당탕탕



내 글을 BJ에게 보여줬다. 염려했던 반응은 아니었다. ‘네가 이런 허접한 글을 쓰다니?’와 같은 반응은. 좋은 쪽으로 이런 글을?’ 이었다. 재밌는 건 두 명이 말한 감상, 느낌과 내 글에서 부족하다고 지적한 점이 비슷했다는 점이다. 역시 사람 보는 눈은 비슷한 건가, 생각했다. 확실히 같은 글을 계속 읽는 나보다 처음 읽는 타인이 더 객관적으로 글을 볼 수 있음을 실감했다. 이건 어떨까, 저건 어떨까 많은 이야기를 들었으니 이제는 나의 몫이다. 뺄 건 빼고 더할 건 더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어디서부터 어디를 잘라내고 덧붙일지 생각하느라 머리가 아프지만. 조금 더 나은 글이 되기를 바라면서 다시 고칠 예정이다. , 고지가 보이는 것 같았는데. 등산하는 것과 비슷한 기분이다. 그만 오르고 싶은데 정상까지 1.5km, 1km 500m 300m표지판을 보면서 후들거리는 다리를 움직여 걷는 느낌이다. 정상이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아직 이구나, 조금만 더 가면 되겠구나,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겨우 한 발자국을 내딛는 느낌.

글쓰기에 정상은 없을 거다. 끝도 없고 완벽한 마침표도 없고. ‘이만하면 됐다는 시점을 기다릴 뿐인데 아직 그 시점이, 지점이 어디인지 잘 모르겠다. 초행길이니 말이다. 처음 쓰는 소설은 초행길이기 마련인데 생각해보면 소설 쓰기 자체가 계속 새로운 초행길을 맞닥뜨리는 일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의 경험을 빗대어 길을 잘 찾는 감을 익혀서 새로운 길을 조금이나마 잘 찾아가는 사람이 될 순 있어도. 이번 소설에 난 어디쯤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500m 표지판은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다시 봤더니 길을 이탈해 잘못 들어선 것일지도 모르겠다. 다시 잘 알 것 같은 길로 돌아가 천천히 표지판을 보고 가려는 마음가짐으로 걷는다. 그래도 이 길은 아닌 것 같아, 이렇게 가면 더 좋을 것 같아 말해주는 이들이 있어 다행이다. 내 길잡이들이 있어서. 맞는 길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계속 걸을 힘을 주는 이가 있다는 건 행운이다.

 

그나저나 얼마만큼 되돌아갔다가 가야 할까, 고민이다. 땀이 계속 흐른다. 허리가 욱신거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