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쓰는 사람

2018. 11. 20. 23:45글쓰기 우당탕탕



  글쓰기에 집중하면 시간이 빨리 간다. 언제 한 시간이 뚝딱 지났는지 모를 정도지만 좀처럼 나아가지 못할 땐 그렇게 괴로울 수 없다. 잘 써지든 아니든 써야 하기 때문에 집중이 잘 되는 공간을 찾아 가는 편이다. 조용한 카페, 도서관, 모두 외출했을 때의 내 방 등. 글 쓴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한 공간에서 두 시간 지나도 좀이 쑤셨는데 몸이 적응했는지 시간이 점점 늘어난다. 세 시간, 세 시간 반. 마음먹기에 따라 달려있는지도 모르지만, 오늘은 세 시간을 꼬박 집중하고 잠깐 쉬다 다시 읽고 썼다(오늘은 소설이었다). 쉬고 싶다. 쉬고 싶다. 몸이 말했다. 그럼 나는 잠깐만, 이것만 하고, 기다려봐. 하고 날 달랬다. 네 시간이 좀 안 되게 지나있었다. 토할 것 같아 글을 저장하고 노트북을 닫았다. 멀미가 났다. 진짜 멀미. 어지럽고 누워있고만 싶은 느낌에 글쓰기란 건 무서운 거구나, 하고 깨달았다. 산책을 하러 가면 좋겠지만 밖은 너무 추웠으므로 방 안 환기를 시키는 것으로 대신했다.

  이렇게 글쓰기에 진을 빼는 날은 블로그에 하루 한 편 글을 올리는 걸 조용히 넘어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누가 읽었다고 매일 칭찬을 해주는 것도 아니고 돈을 버는 일도 아니다. 댓글로 글을 너무 잘 읽고 있다며 격려의 글을 남겨주는 것도 아니고 여기 있는 에세이를 책으로 내자며 출판사에서 연락이 오는 것도 아니다. 나를 위해서 쓰는 거다. 피곤하고 눈이 빠질 것 같아도 잠시 쉬었다가 다시 한글 프로그램을 켜 적는 거다. ,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라고 물으면 감을 잃지 않기 위해라고 답할 수 있겠다. 매일 적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선 글을 적는 감을 잃으면 안 됐다. 나 혼자서 메모장이나 비밀글로 올릴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하루 이틀 밀릴 것이고 내 결심이 흐지부지될 터이니 블로그를 만들어 버린 거다. 초기엔 영화나 책에 대한 감상을 적었지만, 요즘은 에세이를 쓴다. 좀 더 내 이야기, 내 주변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다. 내가 본 세상의 이야기들을. 나와 내가 사는 세상에서 발견한 이야기로 이렇게 뭔가를 적어나가고 내 안에 싹트게 하고 싶어서다.

  마감은 당일 12시 전까지다.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는 사람은 나 말고도 많으니 나 또한 나에게 부끄럽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적는다. 간혹 12시를 넘어 다음 날짜로 올라간 글이 있으면 그날엔 글을 하나 더 올린다. 같은 날짜에 글 두 개가 올라간 날은 그런 경우다. 그런 일을 제외하곤 대부분 하루에 하나씩 올린다. 나중에 쓸모가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글들을. 어디에서 오고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글들을. 그런 글들이 모여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내가 블로그를 닫을 수도 있고 정말로 책으로 출간될 수도 있고. 후자였으면 좋겠지만. 하루에 한 편을 쓰는 대신 정성을 들여 다듬어진 글을 쓰는 게 낫지 않겠냐는 내 마음의 소리도 들리지만 그러면 내가 게을러질까 봐 못하겠다. 난 아직 전업 작가도 아니고 시간이 이렇게 많은 날은 어른이 되고 나서 처음이니까. 전업 블로거라고 하기에도 뭐한 지금은 오로지 글이다. 많이 읽고 많이 쓰기. 내 공간인 블로그에도 하루 한 편을 쓰기. 원고지 10매가 될 때도 있고 때론 절반이 될 때도 있지만 어떤 글을 쓸까, 눈을 반짝거리며 글감을 찾고 머리를 굴리는 시간이 귀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쓰는 거다.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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