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런 글을?

2018. 11. 23. 23:59글쓰기 우당탕탕



이번에 쓰는 단편소설을 BJ에게 읽어달라고 했다. 초고를 마무리할 참으로 글을 읽던 중에 그들이 내 글을 읽는 상상을 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부끄러워 숨고 싶은 기분이랄까. 다 읽고 나면 네가 이런 글을? 이런 반응을 보일 것 같았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 이름을 알고 얼굴을 알고 나와 대화를 오래 나눈 사람에게 내 날 것 그대로를 보여주는 느낌이었다. , 이거 어려운 거구나. 생각만으로도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지는 걸 보면 그랬다.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읽어보니 글도 이상해 보였다. 맨날 13인치 작은 노트북으로 보다가 큰 데스크톱 모니터로 봐서 그런가. 자신감이 뚝 떨어져 버렸다. 주말까지 보내주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이렇게 이상한 글을 나는 왜 쓰는 걸까. 글 쓰는 데 시간을 투자하고 쓰기 적합한 카페를 찾아 전전긍긍하는 걸까. 작가들의 인터뷰를 보며 고개를 끄덕거리고 글쓰기 강연이나 관련 책들을 읽고 기록하는 걸까. 왜 이렇게 붙잡고 늘어지는 거냔 말이다. 모르겠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 예전엔 알 것만 같았는데 오히려 지금은 모르겠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난 생각했다. 쓴다는 게 너무 쉽게 느껴졌다가 어떨 땐 세상에서 제일 어렵다가 또 가깝게 느껴져 책 한 권쯤이야 뚝딱 낼 수 있을 것만 같은데 지금은 또 너무나 먼일이다. 손을 뻗어도 잡히지 않는 신기루를 봤다면 이런 기분일까. 시간이 너무 많아서 그런가 보다. 요즘 남는 게 시간인데 그 시간을 모두 글 쓰는 데 투자하고 있어서 벌써 보상을 바라나 보다. 마음을 비우자. 호흡, 호흡하고 다시 쓰자. 소설은 처음이니 이상한 게 당연하지 주문을 건다. 이상한 게 당연하다.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