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어느새 어딘가에 닿아 있을 거야

2018. 12. 1. 21:42글쓰기 우당탕탕


 

  글을 쓰고 산책을 하고 책을 읽은 하루였다. 순서는 달랐지만. 12월의 첫날을 버지니아 울프처럼 보냈다. 거기에 낮잠까지 더해서. 잠에서 깬 뒤 옷을 갈아입고 가방을 챙겨 집 주변 카페로 갔다. 독립 출판물 수업이 바로 내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수업을 듣기 전 글을 다듬는 게 내 개인적인 목표였다. 그동안 공모전을 준비하느라 눈길조차 주지 못했던 글을 꺼내 읽었다. 잠들어 있던 한 달 치의 기록들을. 제주에서 보낸 하루하루가 즐거워 보였다. 기쁨이 뚝뚝 묻어나오는 게 느껴졌다. 순간 넉 달 전으로 돌아갔다 온 기분이었다. 그때는 내가 이랬구나, 이렇게 기뻤구나, 하면서. 내가 쓴 글을 내가 다시 보는 건 마음이 복잡한 일이 아닐 수 없는데 오늘은 놀라움에 가까웠다. 흰 바탕 속 까만 글자들이 기쁘다, 즐겁다, 재밌다, 행복하다고 말해주고 있었으니. 지금과는 다른 마음들이, 보여서.

  수업이 끝날 때까지 계속 수정한 뒤 개인적으로 출판할 예정이다. 마음이 안 바뀌리라는 장담은 못 하지만 날 위해서라도 한 권은 꼭 만들자고 다짐한다(여기에 적었으니 꼭 지켜야 한다. 어쩔 수 없다). 그러고 보니 수업을 신청한 두 달 전만 해도 12월은 멀게만 느껴졌는데 벌써 내일이라니, 새삼 시간이 빠르다는 걸 또 느낀다. 4회 수업도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나있겠지. 그럼 12월도 끝 날 테고 2018년도 지나가겠지. 낮잠을 자다가 눈을 번쩍 뜨고 퇴사한 지 얼마나 됐나 세어봤다. 손가락이 하나, , 셋이 넘어갔다. 어느덧 5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시간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것도 다 퇴사 때문이다. 돈을 벌지 않고 쓰기만 하는데 시간마저 잘 쓰지 못하면 그야말로 낭비니까. 근데,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매일 글을 쓰고 산책을 하고 책을 읽으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니까. 누군가의 글을 읽고 좋은 것들은 기록하고, 차가운 공기로 내 몸속을 환기하듯 걷고, 나만의 글을 쓸 생각을 하니까. 남은 12월과 다가올 날들도 그렇게 살자고 나에게 말한다. 지겹도록, 꾸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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