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합성하며 쓴 글

2018. 12. 8. 23:59글쓰기 우당탕탕


온종일 독립출판을 위한 글을 수정하고 표지를 만들었다. 대단한 건 없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다 내 손으로 하는 중이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어서 이거 하나는 좋네. 내일 수업에 가져갈 과제물이기도 하다. 과연 어떤 의견을 듣게 될지 궁금하다. 열심을 가해서 만든 거니 꽤 괜찮은 평이 나와주면 좋으련만. 말차라떼 한 잔을 시켜놓고 노트북을 켜 글을 수정했다. , 뒤 연결이 자연스러운지 보고 전체적으로 읽기에 튀는 부분이 없는지를 생각하면서 읽었다. 앞으로 몇 번을 더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 눈이 빠지게 읽고 나면 책 한 권이 나와 있겠지. . 오후 한 시가 넘은 시간 찾은 카페는 한산했다. 일부러 창 근처로 자리를 잡았더니 햇살이 쏟아져 내렸다. 벽 크기의 절반을 차지하는 넓은 유리창으로 내리쬈다. 온몸으로 햇볕을 맞으며 자판을 두드리니 기분이 좋았다. 오랜만에 흠뻑 맞는지라 더 그렇다. 잔잔한 재즈가 흘러나오고 창밖으론 풀과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고. 가끔 지나다니는 비둘기나 사람들을 바라보다 다시 글 속으로 들어오곤 했다.

이만하면 괜찮다, 싶은 것도 바로 그 순간이었다. 따뜻한 온기가 내 왼쪽 뺨과 머리를, 몸을 감싸 안았다. 포근하게 안긴 기분이었다. 편안했다. 내가 여름을 좋아하는 이유도 이 느낌 때문이었는데. 언제 어디서든 광합성을 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한 시간 광합성을 하니까 해가 움직였다. 잠깐 얼굴을 비추고 사라진 태양. 또다시 만나려면 하루를 기다려야 했다. 내일 그 시간 다시 그 장소에 간다면 만날 수 있겠지. 구름이 잔뜩 끼지만 않는다면. 뜨거운 햇볕을 쬐고 있으면 뭐랄까, 나도 무럭무럭 자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키도, 마음도 쑥쑥 자라날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거다. 오늘 쓴 책의 마지막 마치는 글은 햇볕이 주는 따뜻한 온기로 썼다.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쉽사리 쓰지 못했던 글이었다. 왠지 날씨가 좋지 않았다면, 해가 뜨지 않았다면 쓰지 못할 글이란 생각이 들었다. 글이 안 써질 때마다 같은 시간 그곳을 다시 찾아야겠다. 그때도 이만하면 괜찮네, 속으로 생각하며 뭔가를 적어 내려갈 수 있도록.